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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전용창
작성일 2020-06-19 (금) 06:01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65      
강산이와 선생님
강산이와 선생님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위 노랫말은 남성 듀엣 ‘해바라기’가 부른 ‘사랑으로’ 란 노랫말 중 일부다. 그들은 듀엣이었기에 외롭지 않았나 보다. 앞을 못 보는 선생님도 ‘강산이’와 함께 있을 때가 외롭지 않고 행복했다고 했다. 강산이는 선생님의 안내견이자 동반자였다. 강산이가 있었기에 느긋하게 산책도 하고 피아노 학원에서 가요도 연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7년 동안 동거했던 강산이는 선생님이 결혼을 하면서  엄마 품으로 돌아갔다. 산혼의 달콤함도 강산이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다. 힘들어 하는 선생님을 위하여 남편은 자전거를 태워주기도 하고, 야외로 나들이를 나가기도 했지만 쉴 새 없이 눈물이 났다고 했다.



‘남편이 야근하는 날 저녁이면 화장실에 갈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강산이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발자국 소리가, 천하 태평한 한숨 소리가, 할짝할짝 물 마시는 소리가, 코 고는 소리가, 잠꼬대하는 소리가, 육중한 덩치를 철퍼덕 방바닥에 부려 놓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강산이가 떠난 뒤 선생님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플루트를 배웠다고 했다. 강산이가 생각날 때마다 힘을 주어 플루트를 불었지 싶다. 선생님은 ‘에델바이스’에서 ‘사랑으로’까지 진도가 나갔다. 그 뒤 선생님에게는 딸 ‘유주’가 태어났고 플루트도 멈추었다. 유주가 유치원에 다니던 어느 봄날 그러니까 그날이 3월 24일, 강산이는 하늘나라로 갔다. 며칠 전에 컴퓨터 정리를 하다가 플루트 강사선생님과 듀엣으로 부른 ‘사랑으로’ 녹음파일을 발견했다고 했다. 유주는 어느새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그동안 강산이의 빈자리를 대신해 주었음에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강산이가 그리운 선생님은 <풀루트 소리로 남은 내 친구, 강산이>란 수필을 남겼다.




 K 선생님은 신아문예대학 목요야간반에서 나와 함께 수필 공부를 하는 문우다. 내가 수필 공부에 나태해질 때 K 지도교수님은 말했다. “여러분은 행복한 줄 알아라.”고 하셨다. 시각장애인 K 선생님은 매주 목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익산에서 전주까지 온다고 했다. 얼마나 노력을 했으면 정상인과 똑같이 수업을 받는단 말인가. 나는 그 얘기를 듣고 신아문예대학에 등록했다. 2018년 9월 2학기 수업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의 수필 한 편을 읽고는 「소중한 만남」 이라는 수필을 남겼다. ‘「시각장애인 A 씨의 행복」이라는 자서전적인 수필을 발표했는데, 나는 그분의 글을 읽고는 지그시 눈을 감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단순히 시각 장애인 여성분이 익산에서 온다는 말만 들었는데, 수필에 비친 그분의 사연이 나를 목이 메게 했다. 정상인이었던 그의 삶이 어느 날 녹내장이라는 몹쓸 병으로 불빛도 구별할 수 없는 시각장애 1급으로 판정받았을 때,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으로 세상을 비관하며 얼마나 원통하고 분했겠는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을 텐데, 그런데도 좌절하지 않고 중등과정을 이수하고, 대학까지 마쳐 특수교사로 16년째 봉직하고 있다니 참으로 인간승리의 표상이 아닌가? 불굴의 의지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온 그녀에게 하나님은 손을 잡아주셨다.’



선생님은 다독을 하셨기에 박식하셨다. 못 가본 세상과 못 만난 사람들을 책을 통하여 만나고 계셨다. 표정도 밝고 항상 웃는 모습이다. 내가 꽃구경하고도 시무룩하게 앉아있을 때도 선생님에게는 ‘강산이’가 있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동반자였다. 강산이는 선생님 앞에서 코도 골았고, 잠꼬대도 했다. 선생님과 산책하는 시간이 행복했을 것이고 선생님의 피아노 소리와 노랫 소리를 자장가로 들었을 것이다. 우리 집에도 오래전에 ‘순동이’라는 강아지가 있었다. 순동이는 ‘요크셔테리어’ 종인데 아주 어릴 때 우리 집으로 왔다. 우리 가족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중에서도 큰딸을 가장 잘 따랐다. 큰딸 ‘희정이’가 미국에서 집에 오면 둘은 서로 마주 보며 쓰다듬고, 혀로 핥으며 잠도 안 잤다. 15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는데 큰딸은 순동이가 하늘나라에 갔다고 하니 울며불며 야단이었다. 양지바른 동산에 잘 묻어주고 짐승들이 덤비지 못하도록 돌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장례 절차 사진을 보내주고 난 뒤에야 “아빠 잘 했어!”라는 칭찬을 들었다. 순동이가 희정이를 언니처럼 엄마처럼 생각했듯이 강산이도 선생님을 엄마처럼 생각하며 의지했을 것이다. 이제는 강산이한테 주었던 사랑을 유주에게 더 많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보관함 속에서 나온 플루트가 마음껏 목청을 높여 ‘강산이’와 ‘유주’를 위한 발라드가 되어 저 하늘 끝까지 멀리멀리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2020.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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