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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한성덕
작성일 2019-05-01 (수) 05:20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07      
당신이 있어 행복해요
당신이 있어 행복해요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30분이면, 군산찬양콘서트 홀을 찾는다. 목사님 한 분의 온 가족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찬양전문 홀’이다. 아내가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뒤부터 줄곧 다니고 있다. 어느 덧 4년째다.  

 그 목회자에게 영리한 두 딸이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KBS라디오 전주방송국 PD들이다. 우리가 금슬 좋은 잉꼬부부라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정한 날 인터뷰를 마쳤다. 방송 프로그램이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여서 인터뷰에 이어 낭독한 편지가 전파를 탄 게 아닌가?

 

 우리의 만남을 노래로 시작했으니, 인생의 마지막 또한 노래로 마치기를 바라며 당신에게 이 글을 띄웁니다.

 1979년 시월, 당신은 선교유치원 교사요, 나는 총신대학교 2학년 스물여덟이었지요. 교육전도사로 있던 서울의 봉천동 한 교회에서 만났습니다. 가슴이 쿵쾅거려 피아노를 쾅쾅 두드렸더니, 진정은커녕 설렘만 더 커졌어요.  

 살며시 열리는 출입문 사이로, 살포시 웃음 띤 천사의 미소가 보인다 싶었는데 순간 함박꽃이었습니다. 당신의 그 함박꽃 웃음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여지껏, 내 삶의 에너지가 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눈이 큰 당신의 미모에 반하고, 피아노 치는 실력에 놀라고, 노래하는 천상의 소프라노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런 아가씨를 상상하며 기도 중이었는데, 당신이 바로 내 앞의 신데렐라였어요. 꿈인가 했지만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더 이상 뭘 바라겠어요? 첫 만남에서 난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일 년 동안의 열애로 몸을 달구고, 누가 업어갈까 봐 애를 태우며, 그리움이 태산만큼이나 커진 이듬해 시월, 우리 둘은 한 몸이 되어 오늘까지 30여 년을 살고 있습니다.

 “여보, 이왕에 만났으니 행복하게 삽시다.”

그랬잖아요? 그 행복은 천사의 미소로 다가왔어요. 당신이 가는 곳마다 연인처럼 좋아하고, 분위기가 살아나며, 피스메이커(peace maker) 같았으니 여름철의 시원한 사이다였지요.

그런 우리에게, 악마의 가혹한 시샘이 달라붙었어요. 칠팔년 전 당신이 유방암으로 판정받던 날, ‘내 아내 금숙이가 이렇게 죽나?’ 싶어서 난 그만 펑펑 울었답니다. 꿈이기를 바랐으나 현실이었어요. 그래도 노래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쁨으로 잘 극복하며 한 해 두해를 살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4년쯤 되었을 때, 암이 또 숨어들어 당신의 갑상선을 손상시켰습니다. 성대에 치명적일 수 있는데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울만한 기력마저 쇠진해버린 나 자신을 바라보며, 한없이 초라해서 원망을 토해냈습니다.

 나는, 두 번의 암수술이 ‘나 때문’ 이라는 자괴감에 빠지고, 당신은 더 이상 노래할 수 없다는 좌절감으로 우울해졌어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의 행군이 우리 앞에서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앞길이 참으로 막막했어요.

 그래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선조들의 말이 옳았습니다. 찬양할 수 있는 콘서트홀이 군산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작년 12월부터 매주 토요일이면 전주에서 군산까지 갑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어김없이 달려가서 찬양을 하지요. 우리의 삶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당신의 성대가 점점 회복되었습니다. 활기가 솟아나고 사는 맛이 새삼스러우며, 두 번의 인생을 산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나 역시 이루 말 할 수 없는 기쁨이었으니, 행복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여보, 우리의 생애가 위대하지 않아도 좋아요. 가진 게 많지 않아도 괜찮아요. 낮은 자리에 처해도 상관없어요. 우리 스스로 위대하게 살고, 부자처럼 살아가며, 저 낮은 자리에서 겸손하면 되잖아요? 기쁨은 늘 우리 곁에 있을 거예요. 예수님의 모습을 조금씩 흉내 내는 것을 행복으로 느끼며 삽시다.”

당신의 이 말 생각나요? 내 인생의 좌우명으로 채워진 명언입니다. 나는 앞으로도 당신이 노래하는 곳에는 나도 함께 가고, 당신이 멈추는 곳에서 나도 쉬며, 당신의 호흡이 끝나는 그날까지 동행할래요. 오늘도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합니다. 한 몸 되게 하신 하나님의 은총을 더욱 감사드려요. 여보, 사랑합니다. ~샬 롬~

                                                (2019. 4. 28.)

* 2016. 5. 17일, KBS라디오 방송에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글을 낭독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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