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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학
ㆍ작성일	2018-12-08 (토)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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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473

[김학 행복통장(69)]
[김학 행복통장(69)]

갑자기 김치 부자가 된 기쁨

김 학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 (이하 생략)”

2018년 세모에도 윤항기의「나는 행복합니다」란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김장을 하지 않고도 김치 부자가 되었으니 얼마나 기쁘겠는가? 아침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불렀더니 행복이 김치 부자가 되도록 도와 준 것 같다.
해마다 가을이 깊어 가면 신문이나 방송에는 어김없이 김장 이야기가 나타나곤 한다. 김장거리 작황이 소개되고, 김장 양념값이 점쳐지고, 언제쯤 김치를 담그면 좋을지 일기예보까지 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노부부만 사는 우리 집에서는 김장을 하기도 버거워 그냥 뭉그적거리고 있으면 부지런한 제자들이 김장을 했다면서 김치를 한 통씩 가져다 준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금까지 다섯 분의 제자들이 김치를 가져다주어서 김치 부자가 되었다. 김치 담그는 법이 비슷할 텐데 김치의 맛은 저마다 다르다. 이렇게 김치 부자로 살아온 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올해 맨 처음 김치를 가져다준 이는 P여사였다. 11월 중순 어느 일요일, 전남 곡성에 사시는 친정어머니에게 부탁하여 김장을 했다면서 김치 한 통을 가져다주었다. 그날 저녁식사 때 배추김치 한 포기를 꺼내 머리를 자르고 가닥 김치로 먹으니 김장김치는 확실히 밥도둑이었다.
며칠 뒤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고향 선배 C시인의 전화였다. 오늘 김장을 했는데 지금 집에 있으면 김치 한 통을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C시인은 임실군 운암면에서 손수 김장거리를 가꾸어 김치를 담그니 임실이 고향인 나로서는 신토불이 김치인 셈이다. 더구나 70대 후반인 C시인의 부인은 연륜이 깊은 만큼 김장솜씨가 뛰어난 편이다. 그 김치는 먹어보지 않고 말만 들어도 입맛이 당긴다.
세 번째로 김치를 보내준 분은 아중리에 사는 C여사였다. 자타가 인정하는 솜씨 쟁이라 그런지 김치 맛도 일품이다. 배추김치뿐만 아니라 총각김치와 파김치, 동치미까지 보내주니 김치 복이 덩굴째 굴러온 느낌이다. 노래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며 김치도 잘 담그는 걸 보면 그 능력은 타고난 듯하다.
문하생 J여사는 일요일에 김장을 하고 김치를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그날 교회에 가서 스마트폰을 진동으로 해 놓은 뒤 깜박 잊고 집에 와서도 풀지 않았더니 스마트폰 벨이 울리지 않았다. 그 다음 날 J여사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승용차 안에 싣고 다니던 김치통을 가지고 왔다. 김치 통에 어찌나 많은 김치를 담았는지 무거워 혼자서는 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 J여사 역시 전미동 텃밭에 김장거리를 심어 가꾼 것이어서 김치 맛이 좋았다. J여사의 음식솜씨는 자타가 인정한다. 가끔 도토리를 주어서 묵을 쑤어 강의실로 가져올 정도로 베풀기를 좋아한다. 때로는 수강생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간장 맛을 보여주기도 한다. 낮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틈을 내어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며, 수필 강의실에도 나온다. 1인다역의 억척 아줌마다.
오늘 아침에는 제자 L의 전화가 왔다. 우리 아파트 앞에 와있다고 했다. 김치를 세 박스나 가지고 왔다. KT&G에서 김치를 담가 ‘사랑의 김장 나눔’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때 세 통을 사왔다고 한다. 하얀 박스로 포장되어 있어서 깔끔해 보였다. 남자가 이런 마음을 갖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12월 8일 토요일 초중학교 동창 L이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김치 한 통이 들려 있었다. 그 친구 역시 해마다 김장을 하면 김치를 한 통씩 보내주는 친구다. 그 친구 부인 역시 솜씨가 좋은 편이어서 은근히 기대했었다.
내 스마트폰에 대한통운택배로부터 문자가 왔다. 오늘 오후에 임실군 오수에 사는 한민석 씨가 보낸 김치통을 배달해주겠다고 했다. 한민석 씨는 해마다 맛있는 김치를 보내준 C여사의 남편 이름이다. 올해는 김장철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건너 띈 줄 알았더니 잊지 않고 또 보내준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렇게 김치 부자가 되었기에 미국에 사는 손자손녀가 생각나서 미국에도 한 통 보내주었다. 우체국에 가서 EMS로 발송했더니 발송비가 무려 213,700원이나 되었다. 1주일쯤 지나서 작은아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보내주었다. 밥상머리에 앉은 손자손녀들이 활짝 웃으며 가닥 김치로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손자손녀가 밥과 김치를 좋아하니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아도 한국인의 핏줄임이 분명했다.
이러니 내가 어찌 「나는 행복합니다」란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있으랴?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