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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근식
작성일 2020-11-26 (목) 05:36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05      
내 여동생




내 여동생
정근식 국민연금공단



시골집 냉장고가 가득찼다. 깔끔히 정리까지 되어 있다. 여동생이 다녀간 흔적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여동생의 고향 방문이 늘었다. 서울에서 지방까지 오기가 쉽지 않을테인데 혼자 계신 아버지 걱정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시골집을 다녀간다. 아들이 둘이나 있지만 마음 씀씀이는 여동생을 따라가지 못한다. 오늘도 여동생은 아버지가 먹을 반찬을 냉장고 가득 채워 놓고 갔다.
내게 여동생이 한 명 있다. 나보다 네 살 어리고 막내동생보다 두 살이 많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곱다.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제법했고, 성격도 무난하여 남들보다 크게 빠지는 것이 없는 동생이다. 그런 여동생을 보면 가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당시에는 내가 어려서 여동생의 장래에 관한 관심이 부족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을 설득하여 대학을 보냈어도 되었는데 하는 미련이 남아있다. 물론 대학에 간다고 해서 성공하거나 좋은 삶을 산다는 보장은 없지만, 담임선생님까지 안타까워 집으로 연락까지 했을 정도니, 그때 부모님께 말씀이라도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동생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담임선생님이 연락이 왔다. 수능 원서 때문이었다. 내신성적이 매우 우수한데, 지금의 수능시험인 학력고사 원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대학을 갈 수 있는 학생이 원서를 내지 않으니 담임선생님이 답답하여 전화한 것이다. 지방 국립대 정도는 갈 수 있다며 부모님을 설득했지만 결국 원서조차 내지 않았다. 그때 막내동생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나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부모님은 선택이 필요했을 것이다. 부모님은 산골마을에서 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사셨다. 논 두 마지기가 전부였던 우리집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부잣집에서도 한 명 대학 보내기가 어려운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농한기에는 깊은 산에서 삼판일을 했고, 농번기에는 다른 집에서 일을 도와주며 돈을 벌었지만, 가난을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열정은 강했다. 밥상머리에서는 공부만 한다면 대학원까지 보내주겠노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러나 부모님의 열정만으로 삼남매 모두 대학을 보내기는 어려웠다. 공부를 제일 못했던 장남인 나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막내 아들은 고등학교 성적이 좋아 학비를 내지 않을 정도였으니 대학은 무난히 갈 수 있었다.
부모님은 한꺼번에 세 명을 대학에 보내는 것은 어려워 망설이고 있는데, 여동생이 스스로 대학을 포기했다. 평소 여동생은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사소한 것도 오빠와 동생에게 양보하는 성격이었다. 남아선호사상이 심했던 때라 자신이 딸이라는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양보해야 하는 동생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담임선생님의 권유를 뿌리치는 것도 다른 친구들이 대학 가는 것도 지켜보는 것도 편치 않았을 것이다. 자신보다 부족한 친구들이 대학에 가는 것을 보면서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도 여동생은 부모님께 한마디 불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동생의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메아리가 솟아온다.
결국, 여동생은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했다. 서울 고모부가 소개해 준 작은 회사 경리로 취업을 했다. 성실함으로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지냈지만, 성인이 되고 난 뒤부터 여동생에게 작은 연민이 쌓였다. 그 후 여동생과 나는 명절 때 가끔 얼굴을 보는 기회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여동생을 늘 애틋하게 생각하고 아껴 주었다.
요즘 여동생을 볼 기회가 잦다. 여동생이 혼자 계신 아버지를 자주 찾기 때문이다. 어제도 여동생은 시골집을 다녀갔다. 가까이 있는 오빠와 남동생이 하지 못하는 일을 또 챙겨주고 갔다.
냉장고를 열었다. 물김치와 멸치볶음이 담긴 반찬그릇이 보인다. 여동생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다음주는 우리 삼남매가 모여 김장을 할 예정이다. 이번 김장만큼은 여동생에게 무엇이든 양보를 하련다.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동생에게 양보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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