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6,047,730
오늘방문 : 2882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834
오늘글등록 : 3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4486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하광호
작성일 2020-10-25 (일) 05:25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9      
눈썰미
눈썰미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아침햇살에 고추가 붉게 보였다. 어제 실한 고추를 마지막으로 한 소쿠리 따왔더니 아내가 마당에다 비닐을 펴고 널었다. 붉게 물든 고추에 햇살이 내리니 아내의 얼굴이 천사같았다. 아내는 나의 보배다. 삶을 비비는 평생지기이니 말이다. 하는 일마다 척척 잘 해낸다. 눈썰미도 있다. 그러니 지금도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요즈음 피곤하다며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한다. 학교를 다닐 때는 기억력이 좋아 척척 외기도 잘했는데 머리가 잘 안 따라 준다는 푸념이 귓전에 스친다.



얼마 전의 일이다. 미장원을 다녀온 뒤 어떤 아저씨를 칭찬했다. 그 분은 관찰력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집안의 고쳐야 할 부분을 저렴한 비용으로 수리한다며 부럽다고 했다. 우리 집은 수리할 것이 많은데 밖으로만 다니고 집안에 관심이 없다며 나에게 핀잔을 주곤 했다. 고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으니 오죽했을까?



가는 곳마다 녹색 물결들이 하나둘 단풍이 되어 시야에 펼쳐진다. 노란색 물결이다. 아내는 토요일에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내공을 쌓는다. TV앞에서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뭔가 불만이다. 곧 본인이 좋아하는 프로가 있다고 했다. TV가 안 켜진다고 했다. TV에 관련해 문외한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비스를 받아야하나 고민하며 리모컨을 달라고 했다. 작동을 해보았지만 끔적도 않는다. 모니터 앞뒤를 보았지만 알지 못해 열지 못하고 관련 박스를 재 작동하며 모니터 앞뒤를 깨끗이 닦아주었다. 그 뒤 리모컨을 작동해보니 켜지지 않는가? 아내는 어떻게 고쳤냐 하는 눈치였다. 기술자라며 치켜세웠다. 속으로 먼지만 제거했는데 하며 나름 자부심을 가졌다.



마라톤의 반을 돌고 있는 지금 제2의 인생을 체험하고 있다. 그동안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급여만 통장에 넣어주면 최고의 남편인줄로 착각했다. 아내는 일인다역으로 생활하며 직장까지 다니고 있으니 이제야 알 것만 같다. 퇴직 뒤에는 아내와 역할이 바뀌었다. 나는 집에 머문 날이 많아졌다. 아내의 하던 일을 도맡아 한다. 세탁기 활용법을 몰라 아내에게 배웠다. 세탁 뒤에는 저녁에 빨래를 걷어 개었다. 어설펐지만 설거지도 했다. 기름진 그릇들은 주방세재를 사용하지 않고 밀가루를 활용하여 제거하는 것도 배웠다.


군대생활 초년병 시절이었다. 1년쯤 되었을까? 1월 군번들이 6개월 동안 식기당번을 했다. 그때는 플라스틱 그릇으로 양고기 같은 기름기 있는 식사 뒤에는 그릇을 깨끗이 씻어야 했다. 찬물에 그냥 씻으면 절대 닦이지 않아 반드시 물을 데운 뒤 씻었다. 겨울철 엄동설한에 야외에서 그릇을 세척하여 관리를 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며칠 전에는 저녁식사를 하며 싱크대 밑으로 물이 센다고 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쳤다. 싱크대 아랫부분을 교체하기로 했다. 막상 부딪쳐보니 나름 애로가 많았다. 제작 부분 미세한 것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관련 업자를 부르면 출장비까지 지급해야한다는 말에 싱크대 판매인의 설명을 듣고 해당부품만 구입하여 교체했다.



샤워 실 물내려가는 하수도 연결부위가 타일이 깨져 주변이 부실했다. 타일과 시멘트를 구입하여 깨끗하게 만들었다. 올해는 유난히 긴 장마로 비가 많이 내렸다. 단독주택에 살다보니 누전되어 전기가 꺼지곤 했다. 밖에 있는 창고 화장실 등을 점검하고 원인을 제거했다. 원인은 비로 인한 외부 환경이었다.



요즈음 아내가 나를 대하는 눈이 달라졌다. 그동안에는 부정적으로 여기며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남편으로 여겼으리라. 눈썰미가 있어 가정생활의 세세한 일들을 척척 해결하니 남편이란 존재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 것 같다. 말 한마디만 해도 척척 알아서 서로를 토닥이며 살아가니 아제 내일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나 보다.

                                                             《2020. 10. 24.》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반성문 쓰는 아버지 김학 2020-12-04 1
라오스 여행기(1) 신팔복 2020-12-04 2
먹시감 신효선 2020-12-04 1
크산티페의 변명 정근식 2020-12-03 4
전주천의 작은 변화 박제철 2020-12-03 1
요즘 젊은이들은 안 돼! 오창록 2020-12-02 4
누가 더 행복할까 고도원 2020-12-02 3
알아볼게 이만저만 차암이 2020-12-01 7
의지하는 의지 2020-12-01 3
문의하곺 추앙 2020-12-01 3
다섯 가지 교훈 재록 2020-12-01 2
밥알을 생각하십시오 맹사성 2020-12-01 4
해바라기 오창익 2020-11-30 10
애완견도 고객인가 이인철 2020-11-29 7
공존의 미학 김덕남 2020-11-29 6
나 하고 싶은대로 산다 이인철 2020-11-29 5
편의점은 쓰레기 처리장 이인철 2020-11-28 7
관리 소홀로 물 쓰듯 버려지는 돈 이인철 2020-11-28 7
두들겨 맞고 사는 알바들 이인철 2020-11-28 8
시비를 즐기는 사람들 이인철 2020-11-28 8
12345678910,,,246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