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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신팔복
작성일 2020-10-16 (금) 05:10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29      
성냥
성냥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신팔복









 아파트 뒤쪽 베란다를 청소하다가 사각 통성냥이 한 묶음 나왔다. 잊혔던 물건을 보듯 생소했다. 30년이나 백수(白手)로 보내고 있었다. 이 아파트로 이사 와서 집들이 선물로 받은 것이다. 그때는 이사집에 꼭 챙겨가는 가정의 필수품인 선물이었다.



 전주 계림화학공업에서 만든 닭표 성냥으로 붉은 볏에 기운이 센 수탉이 그려져 있고, 750개비가 들어있다. 지금은 담벼락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반공·방첩이란 표어까지 쓰여 있어 리본을 옷가슴에 달고 등교하던 학창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요즘 성냥은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다. 옛날 부엌이 따로 있는 주택에서 살 때는 아예 부뚜막에 놓아두고 썼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지을 때나 방에 군불을 지필 때면 어김없이 성냥을 켜서 불을 붙였다. 그러나 날씨가 눅눅할 때면 성냥불을 살리느라 애를 먹었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사용한 것은 선사시대 이전의 아주 오랜 역사다. 천둥·번개나 벼락으로 인한 화재, 화산활동에 의한 산불이 시원이었다. 오직 인류만이 불의 두려움을 씻고 가까이에 두고 사용함으로써 불의 이용 시대를 맞았다. 신석기시대 우리나라 움집이나 막집 터에서 화덕이 발견된다. 화덕은 돌을 둘러놓아 만들거나 냇가의 자갈에 흙을 이겨 발라 만들고 그 안에 숯불을 피워 놓고 쓰던 큰 화로인데 지금도 두메산골에서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문화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유목생활에서 벗어나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고, 생식에서 화식으로 바뀌면서 요리 방법도 생겨났다. 따뜻한 열로 체온을 유지했고, 밝은 불빛으로 맹수와 자연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능력을 얻게 되었다. 오늘날 기계공업의 발달이나 교통수단의 발달도 불의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물질문명을 발달시킨 것도 불의 힘이었다. 불의 속성을 연구하고 각종 산업에 이용한 나라들이 선진국으로 발전해 나갔다.



 내 유년 시절엔 우리 큰집 부엌 뒤편에 화덕이 있었다. 조그맣게 돌담을 쌓듯 만들었고 그 안에 잉걸불과 나무토막을 넣어서 재로 덮어 불씨를 항상 보관했다. 씨 불이었다. 불을 지피려면 화덕에 꽂아둔 불잉걸을 꺼내어 서로 맞대고 불어서 불을 살려냈다. 밥을 짓고 군불도 땠다. 소죽을 끓이는 다른 방 아궁이로 불을 옮기려면 타고 있는 잉걸불을 부삽으로 옮겨갔다.



 며느리가 화덕을 정성 들여 간수하지 못하고 씨 불을 꺼뜨리면 시어머니의 야단을 피할 수 없었고, 이웃에서 빌려와야 했다. 마치 연탄불이 꺼지면 불을 붙여오는 것과 같았다. 며느리는 시집올 때 친정에서 불씨를 가져온다고도 했는데 그만큼 불씨가 소중했었다. 차분한 성격이어야 화덕의 불을 지켜냈고 얌전한 며느리라 할 수 있었다. 어른들은 들에 나가 일을 할 때면 부싯돌을 쳐서 불을 만들어 쬐었고, 담배도 피우고 논밭 두렁도 태웠다. 지금도 할아버지께서 밭두렁에 앉아 부시를 치던 모습이 생생하다.



 성냥이 나오면서 화덕은 없어졌고, 생활도 무척 편리해졌다. 쉽게 성냥을 켜서 호롱불을 밝혔고 등잔 밑에서 공부도 했다. 희미한 호롱불을 밝게 하려고 심지를 돋워놓으면 콧구멍이 까맣게 그을렸다. 호롱불은 바람에 약해 가까이 두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꺼져버리기 일쑤였다. 깜깜한 방에서 손으로 더듬어 성냥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등잔불은 전깃불보다 평화스럽고 안온해서 좋았다. 등잔불과 잉걸 화로는 겨울밤을 지켜준 동료였다. 등잔불을 밝히고 화로 옆에 둘러앉아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고 배웠다. 또한 친구들과 여러 손 모양을 만들어 그림자놀이도 즐겼다. 그때 그 시절 등잔불의 추억은 아주 많다.


 제주 해녀들은 불 턱에 모여 한을 말리고 젊은 야영객들은 모닥불에 살찐다. 진주 남강의 유등은 추억을 부르고 한강 변의 불꽃놀이는 환희를 준다. 화마가 아닌 밝은 불은 언제나 우리의 삶을 평화로 이끈다.

                                                                 (2020.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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