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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홍성조
작성일 2020-10-15 (목) 05:22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9      
편견
편견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홍성조







촛불이 어둠을 밀어내듯이, 의사는 환자의 불안을 몰아내는 장본인이다. 요양병원에 계시는 어머니는 오늘도 되알지게 끙끙거리신다. 자식이 어머니를 사랑한다면 어머니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것이고, 어머니의 아픈 곳을 치료해드리는 것이 진정 어머니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신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매일 할 일 없이 요양병원 침상에서 하루 종일 누워 있다 보니, 등에 종기가 나기 시작했다. 소위 욕창이다. 치료를 위해 가족들이 요양병원 밖 일반 병원에서 외래치료를 받는 것이  그 병원의 규칙이란다. 어느 날 간호사를 동승시키고 앰블런스에 태운 채  J정형외과 병원으로 갔다. 우선 환자부위를 X레이로 촬영했다.

의사가 판독결과를 알려주는 몇 분 동안만은 나의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마치 고두리에 놀란 새처럼 불안이 극에 다달았다. 다행히 의사 판독 결과, 환부가 뼈까지는 침투하지 않았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며 위협적인 언사를 썼다. 병원에서 의사는 갑이고 환자는 을이다. 의사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말 한마디가 의사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만 환자 가족들은 법정의 판결처럼 온몸이 오그라진다. 전부는 아니지만  환자의 심리파악을 해서 좀 더 부드럽고 희망적인 언어를 사용했으면 좋으련만. 요즈음 의사들은 무조건 기계적인 말투를 쓰곤 한다. 어머니는 치매환자다. 같은 부류의 노인들끼리 각각 침상 하나 차지하고 있다. 무척 삭연하게 보인다. 하루 종일 누워있다 보니 마른 나무에 좀먹듯 건강이 점점 나빠진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복도에서 보행기를 끌면서  이리 저리 움직였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한 후에는 전염성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여 운동도 못한다. 가족 간의  면회도 못하게 한다. 일주일에 면회 예약한 날만 가족들이 마당에서 교도소에서 면회하듯, 현관 유리창 너머로 핸드폰을 사용하여 안부를 묻는다. 현관문 안쪽에서 마스크를 쓴 어머니는 휄체어에 의지한 채 간호사가 핸드폰을 어머니 귀에 대주면, 마당에서 내가 전화로 통화하지만, 눌삽스럽게  통 무슨 말인지 모르는 가날픈 목소리만 들린다. 평소 또깡또깡하게 말을 잘 하시던 어머니도  장기간 입원하다 보니 기력이 매우 쇠약해지셨다. 미명의 하늘에 햇살이 떠오르면 밤이 사라지듯이, 어머니 고통도 하루 빨리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어머니는 병실에 있는 동안 창문에 흘러내리는 빗줄기처럼 외롭고 무척 고달프고 어쩐지 애잔스러워 보인다. 삶에 찌든 찌꺼기가 몸에 배듯 눈가에는 눈물자국이 역력하다. 어머니의 눈꼬리 밑에는 살아온 날들의 흔적들이 주름꽃처럼 피었다. 나는 보면 볼수록 측은한 마음이 내 온몸을 휘감는다. 평소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밖에 나와 식사도 하고 머리 염색도 해드렸는데, 코로나 때문에 일절 외출을 금지한 탓으로 염색을 못해드려 반백이 넘는 머리카락만 아무 의미 없이 나부낀다. 그러니 더 늙어보인다. 복중에 인연 복이 으뜸이라고 하더니 나는 어머니와 자식이란 인연으로 함께 살아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젊은이는 꿈에 살고 노인들은 추억에 산다고 하듯이, 어머니도 비록 인지기능이 떨어졌더라도 다소나마 그 옛날의 추억을 지금쯤은 되새기고 계실 것이다.


 의사는 약을 바른 가재 뭉치를 환부 속에 넣고 겉을 반창고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몇 가지 주사액과 치료약의 처방전을 동반한 요양병원 간호사에게 건네주었다. 보통은 의사역할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치료를 마치고 어머니병상을 앰블런스에 싣고 있는데, 그 의사는 계속 몰려드는 환자들의 진찰을 중지하고 그 바쁜 와중에서도 현관으로 나왔다. 그리고 앰블런스에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어르신, 절대 걱정하지 말아요. 별것 아니니까요. 약만 잘 바르면 됩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희망을 가지세요.”하고, 잔주름이  쪼글쪼글한 어머니 두 손을 10분간 양손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나와 간호사와 앰블런스 기사와 주위에 대기한 환자들도 그 장면을 전부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모두 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압적이고 무뚝뚝한 의사로만 생각했는데, 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장면은 의사에 대한 나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말았다.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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