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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최인혜
작성일 2020-10-07 (수) 16:48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32      
어떤 귀향
  어떤 귀향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최 인 혜







10월 초하루, 추석날이다. 황금들판에 격양가(擊壤歌)는 들리지 않지만,  농부의 흐뭇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 팔월  대보름과 함께 열리고 있다. 가을의 의미는 늘 ‘풍성함’이었다.  농부는 한 해 농사가 마침내 결실로 돌아와 흐뭇하다.  타향에 나가 도시의 삶을 사는 농부의 가족들은 추수를 감사하는 팔월 한가위에 고향으로 돌아가 근본을 돌아보고 함께 추수의 기쁨을 누리는 날이다.

우리의 정서에서 추석은 단순히 추수감사의 의미를 넘어 나의 뿌리를 생각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재 충전의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민족이 추석과 설에 고향을 찾는 전통은 단순히 반복적으로 되풀이함으로써 생성된 것이라 할 수 없다. 조상의 묘소가 있고, 부모가 계시며, 어릴적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래서만 찾아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고향에서 시간을 거슬러 가다보면 수십 년 전의 나를 만날 수 있고,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고, 그때의 소중한 감정을 발견하는 과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고향에는 내가 타향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찾아낼 수 없던 것들이 널려 있다.

그런 아름다운 것들이 어떤 것은 그리움으로,  어떤 것은 후회로,  또 다른 무엇은 자부심으로 남아 고향의 여기저기에서 불쑥불쑥 나타날 때 우리는 고향의 의미와 고마움을 실감한다. 그렇게 소중하고 그리운 고향을 하찮은 바이러스에 막혀 오가지 못한 게 올 추석이다.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위해 국립묘지마저 닫았다.

봄부터 여름 내내 추석에 돌아올 자녀와 손자를 기다린 노부모들은 돌아오는 그들로 인해 바이러스가 전파될까 두려워 “귀향하지 않는 게 효도다.”라고 플래카드를 만들어 동구나무에 걸어두었다.  그 플래카드를 거는 노인들의 마음에는 “그래도 설마 한두 명은 오겠지.”하는 기대를 한다는 기사도 보았다.  어려운 때이지만,  자손들을 보는 마음을 송두리째 비우지는 못한 노인들이다.

기다리고 보고 싶어하는 마음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화학반응으로 결합하지 못하는 이 쓸쓸하고 어이없는 계절에 그보다 더 아픈 마음이 내게도 있었다. 일찍이 미국에 가서 우리 형제들을 불러들여 자리잡게 한 큰언니가 올해에 꼭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보내왔다.

작년 10월에 77세 희수(喜壽) 기념으로 50년만에 고향을 찾은 언니와 형부가 해마다 한 번씩은 고향에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우려에 고향에 와도 격리기간을 거쳐야해서 너무 많은 날짜가 필요하기 때문에 포기했던 것이다.  그런 아쉬움으로 돈 1,000달러를 보내서 작년에 조카들과 손녀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기를 대신하여 함께 식사도 하고 아이들에게 선물이라도 사주라는 당부를 했다.

작년에 억수로 퍼붓던 비 때문에 부모님 묘소조차 찾아가지 못한 형부가 올해는 반드시 묘소를 찾겠다고 다짐했는데 바이러스가 그 소망마져 앗아가 버렸다.  오랜 미국 생활에 우리의 사고방식조차 잊고 그리움마저 잊은 걸로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드러난 행동만 미국인이고 그 뼛속에 흐르는 의식은 아직 남아 있어서 뿌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언니와 형부는 모두 맏이로 태어나 동생들 뒷바라지를 잘 해낸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 여러 동생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여 기반을 잡게 해주고 가정을 이루게 한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분들에게는 어느 한국인보다 강한 가족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동생들을 이끌고 지도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처럼 발휘했다.

이번에 못 오는 대신 돈을 보낸 마음도 바로 한국인의 가슴으로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으로서 동생과 조카, 손자들에게 약속했던 일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서 내게 그 일을 맡긴 것이다.  700만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21만 명이 죽은 미국의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이 사태는 백신이 나와도 가라앉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언니와 형부는 어쩌면 고향을 찾아오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염려한다. 이미 인류가 저질러놓은 잘못이 자연을 통해 재앙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므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지금으로서는 짐작도 못한다고 했다.  돈으로 대신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아랫사람들에게 허술한 어른으로 기억되지 않겠다는 두 분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아니, 다시 생각하면 그 돈에 두 분의 마음을 담아 귀향한 것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몸이 갈 수 없으니 마음을 보내는 그 심사를 뉘라서 짐작할 것인가?  나는 그 돈을 조카를 시켜 환전해 놓고 그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고향에 녹여내야 할 것인지 아직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키는대로 모여서 식사라도 하고 싶지만,  이 코로나 시국에서 모이고 식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정부가 모임을 자제하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조심해야할 형편이다.

그렇다고 그냥 선물을 마련하여 나눠주는 일은 너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 돈이 단순한 용돈처럼 왔다면 뭘 해도 좋겠지만, 몸을 대신하여 고향을 찾은 두 분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담고 있는 돈이니 고심하는 것이다. 추석이 지나고 충분히 생각해본 다음에 두 분에게 뜻을 물어 귀향의 의미를 살려내고 싶다.

오늘 추석날,  언니와 형부의 마음은 이 고향산천의 어디쯤 날고 있을 것이다.  작년에 찾지 못한 묘소도 찾고, 오랜 기간 뵙지 못한 마음을 속깊은 울음으로 풀어내고 있을 것이다.  고향은 지울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우리의 근본이 아니던가?  우리가 추구하는 지상(至上)의 선(善)은 가족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고귀한 것이 가족이듯 고향 역시 가족에 버금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2020.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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