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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남숙
작성일 2020-10-07 (수) 05:44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33      
내 친구, 화투
내 친구, 화투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남숙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우한 폐렴'을 '코로나 19'라 부르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 질환은 전염성이 강한 특징을 보이며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범유행)을 선언했으며,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는 등 많은 국제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9월 말경 전 세계 누적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어 누적 확진자 3천3백만여 명을 기록했고, 우리 정부는 2015년 많은 사망자를 냈던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얻어, 초기부터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대대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모범방역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민간이 지켜야 할 수칙들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기침 에티켓 등 예방 행동 수칙을 소개하며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고 한다. 부득이한 경우 외출 시엔 사람과 2M이상 거리 두기를 지키고 있으나 우리 지역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철창 없는 감옥에 갇히기 일수였다. 아예 외출을 삼가고 집콕이 계속되는 긴 시간 동안 나를 지켜주며 위로해 준 친구가 바로 화투(花投)였다. 친구란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벗으로 보통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을 말한다. 내가 화투를 알게 된 것은 어렸을 때 아빠가 아랫목에서 혼자 무료함을 달래려고 화투로 표 떼기를 하고 계실 때부터다. 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얼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아버지처럼 나도 장난으로 잠깐잠깐 표 떼기를 하던 것이 습관이 된 것이다.



우리 집과 친정집은 공통된 점이 하나 있다. 친정집 거실 소파 밑에는 언제나 담요에 덮여 있는 화투판이 준비되어 있다. 우리 집에도 마찬가지다. 소파 사이에 둘둘 말린 얇은 담요 속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누구든지 언제나 꺼내어 자리를 잡고 판을 펼치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들은 관계개선이나 서먹함을 달래려고 명절이나 가족, 친구를 만나면 고스톱을 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모여도 내기 화투는 치지 않는다. 화투 치는 방법도 모른다. 내기 화투는 이기고 지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지면 속 좋은 사람 없어서 아예 내기 화투는 처음부터 시도해 보지 않았다. 그 대신 재수 점을 본다는 표 떼기는, 갑오 떼기를 비롯해 방법도 다양하고 잡념을 떨쳐버릴 기회도 제공하며 오랜 시간도 보낼 수 있어 내가 즐겨하고 있는 나의 신변잡기다.


 내가 화투를 친구로 대접하는 이유는 또 있다. 거의 10여 년 전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있고 나서부터다. 천년만년 영원히 같이 살 줄만 알았던 남편과 원치 않은 이별을 하면서부터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한 달 시한부 선고를 받고 4개월 동안 병상을 지키다 때가 되어 떠나는 날, 의식에 따라 입관을 마치고 휴게실에 돌아오는 짧은 순간, 나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스멀스멀 허물이 벗겨지는 느낌을 받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대여섯 시간 동안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의식이 돌아온 것 같은데, 말이 나오지 않고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 했으나 허리와 무릎을 뚝 꺾어놓은 듯 맘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부축하여 무사히 이별을 고했지만, 나의 몸은 최악의 상태를 유지하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중이다.



 세상 그 어떤 위로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 모습에 당황한 친정 동생은 남은 형제자매에게 나에게 관심을 가지라며 온갖 법석을 떨었다, 내 성격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라 금방 툴툴 털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 놀라고 있었다. 몸 상태도 그렇지만 맘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밝은 해와 낮이 싫어 못 견딜 만큼 아파야 겨우 해질녘에 잠깐 한방치료 나들이가 전부였다. 이때 내가 견딜 수 있는 일이 무릎과 허리의 통증과 성경 필사, 그리고 화투 표 떼기였다. 24시간 앉은 자세 그대로 성경 필사 통산 4회를 썼고, 화투로 12시간이상 무한 반복으로 재수보기와 표 떼기를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내 몸 상태는 자라목에 화살 등 모양으로 굽어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 손녀들은 할머니 등을 고사리 손으로 퉁퉁 두드려주며 펴지라며 빌었다. 무릎과 허리의 통증은 내가 위기를 참고 견딜 수 있도록 남편이 남겨 주고 간 선물로 받아들이고 있어 고통도 견딜 수 있었다.  



 화투는 19세기경 일본에서 건너온 놀이이고 꽃 그림 놀이라는 뜻의 어원으로 일본에서는 화찰(花札)이라고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없어진 놀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명절 때는 물론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필수로 자리를 잡고 수십 가지의 방법으로 놀이를 하고 있다. 화투는 원래 포르투갈에서 비롯된 ‘카르타(carta) 놀이 딱지’가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에 무역 차 출입하였을 때 전해졌으나, 일본인들이 그것을 본떠 화찰 이라는 것을 만들어 놀이 겸 도박행위를 하던 것이, 다시 조선조 말엽 일제강점기 이후에 우리나라로 들어와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화투에는 1년 열두 달을 상징하여 각 달에 해당하는 화초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12월 한 곳에 사람이 있어 화투의 일화를 남기고 있다.


 화투 비광을 보면 우산을 든 사내가 개구리를 바라보는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이 그림 속의 사내는 일본의 유명 서예가 오노도후(小野道風, 894~967)라 한다.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그는 헤이안 시대 인물로 일본에서는 후지와라 유키나리(藤原行成), 후지와라 부요리(藤原佐理)와 더불어 산세 키(三跡)의 한 사람으로 중국 왕희지가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가 젊은 시절 큰 실의에 빠졌고 그때의 일화가 이 비광(光)의 배경이라 한다. 오노도후는 어려서부터 서예에 뛰어난 자타가 인정하는 실력을 자랑하고 있을 즈음 무명스승을 만나 사사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스승은 “더 잘 쓰도록 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그의 실력을 인정해 주지 않자 그는 비관하고 스승에게 인사도 없이 떠나기로 했다.



 그가 결심하고 스승을 떠나는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집 앞 버드나무 옆에서 우산을 쓰고 우두커니 빗물이 흐르는 개천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중, 작은 바위에 갇혀있는 개구리 한 마리가 흙탕물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높은 곳에 있는 버드나무 가지를 향해 폴짝폴짝 뛰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개구리가 나뭇가지를 붙잡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는 개구리 신세가 자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어리석은 개구리 노력할 걸 해야지, 너도 나처럼 네 능력으로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구나!” 그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여 외면하려는 순간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휘어지는 순간 개구리는 그 가지위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다시 스승에게 돌아가 초심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일본 최고의 학자이자 서예의 명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화투는 열두 달의 아름다운 화초를 중심으로 그려져 있어 많은 사람이 동양화라 한다.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의 화투 그림이 유명하다. 몇 번의 전시회를 거친 이 화투 그림으로 인해 소송이 벌어져 4년여의 긴 시간이 지나 무혐의로 끝났지만, 그 소송 당사자가 내 친구의 동생이라 뒷맛이 씁쓸하기만 했다. 예전에는 상갓집 밤샘으로 상주와 함께 자리를 지키던 풍속은 사라지고, 지금은 치매 예방이라 하여 경로당이나 노인정의 10원 내기 소일거리며,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화투 앱을 통해 놀이로 즐기고 있다. 나는 잠깐 쉬는 틈에도 ‘내 친구 화투’를 소환한다. 친구의 비위를 맞추거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내가 찾으면 언제나 불평이나 거절하지 않고 말없이 나의 무료한 시간을 같이 보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202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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