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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성려
작성일 2020-09-15 (화) 15:26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7      
소소한 행복

[금요수필]소소한 행복
정성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9월 10일 13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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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눈부시게 강렬하다. 열대지방 못지않은 무서운 더위다. 담장에 걸쳐 넝쿨손만 닿으면 어디든 칭칭 감고 뻗어가던 호박넝쿨, 지지대에 몸을 의지하며 긴 장마에 많은 비로 쑥쑥 크던 고추도 뜨거운 햇빛에 고개를 숙이고 기진맥진이다. 텃밭 구석진 자리에 심은 토란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크더니만 강한 햇빛에 잎이 누렇게 말라간다. 서리가 내리기 전 풍성한 가을이 되면 통통하게 영근 알토란도 한 몫 할 거라는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질까 싶다. 터무니없이 엄청난 비가 내리고 긴 장마가 물러갔다. 윤달이 있기는 하지만 장마가 길어서 더위는 짧고 가을이 빨리 올 줄 알았다. 말복도 지나고 오늘은 처서다. 말복이 되면서 조석으로 습도가 내려가 체감으로 느끼는 기온이 낮아져 서늘한 기분이 느껴진다. 하지만 낮에는 기온이 상승하여 35도를 오르락내리락 하여 폭염에 주의하라는 안전안내문자가 연일 날아온다.

조상들은 처서를 중심으로 겨울에 먹을 가을 채소와 김장 채소를 심었다. 김장배추는 씨앗을 파종하고 70~90일이면 수확할 수 있기에 처서 무렵이 딱 적기다. 부모님의 어깨 너머로 배운 농사 방식이다. 어제는 휴일이라 가을 채소를 심을 텃밭을 정리해 놓았다. 열무와 얼갈이배추는 덜 자라 아쉽지만 뽑아냈다. 대파도 다시 심을 요량으로 뽑을 수밖에 없었다. 들깨도 가장자리에 심어 깻잎을 따서 이웃과 나누어 먹기도 했는데 아쉽지만 뽑아야만 했다. 정리를 해놓으니 텃밭이 훤하고 더 넓어 보였다. 계획했던 대로 가을 채소 심을 면적이 넉넉하다. 이제 남편이 비료와 거름을 뿌리고 관리기로 밭갈이를 해주면 골을 타고 둔덕을 만들어 배추. 무. 상추. 쑥갓, 아욱, 시금치, 쪽파 등, 씨앗에 맞춰 자리를 분배하여 심는 것은 내 몫이다. 한낮 창밖을 내다보니 햇볕이 무섭기까지 하다. 마당에 널어놓은 붉은 고추는 마르기 전에 익어버릴 것 같다. 혹시 타는 것은 아닐지…… 햇볕이 너무 뜨거워 밭갈이는 내일 이른 아침 시원할 때로 미뤘다.

텃밭을 가꾸는 일에서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을 맛보고 있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농한기도 없이 힘들게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랐기에 농사짓는 일은 정말 싫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직업이 농부라고 생각했었다.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보고 도와드리며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지금 울안의 텃밭 가꾸는 일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씨앗을 심을 때나 가꿀 때, 김장을 해서 딸들과 남매들, 그리고 지인들과 함께 할 때, 정말 행복하다. 힘은 들지만 주는 즐거움에 피로는 사라지고 텃밭에서 행복을 맛본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고추농사가 부실하여 수확이 반으로 줄었다. 기후 때문일까? 아니면 묘목 탓일까? 고추모를 심고 나서부터 애를 태웠다. 영양제를 주고 노력한 끝에 다행히 잘 커주었다. 고추도 그런대로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렸다. 그런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긴장마로 비가 많이 오고 갑자기 너무 뜨거워서 그런지 애타며 정성들인 보람도 없이 몹쓸 병이 생겼다. 아직 푸른 고추가 많이 달렸는데 붉어지기도 전에 말라갔다. 고추는 이병에 걸리면 회생을 못한다. 아무리 특효약이라고 하는 것을 써도 소용없는 일이다. 사람도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하듯 고추도 마찬가지다. 병에 걸리기 전에 예방을 해야 하는데 정성이 부족한 탓인지 고추농사는 그냥 포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김장이 걱정된다. 계획대로 하려면 고추가 턱없이 부족하다. 주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말이다.

우리 집은 365일 대문이 항상 열려 있다. 그렇다고 CCTV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을에 사는 이웃과는 내 집처럼 편하게 드나들며 산다. 텃밭에 심어 놓은 채소는 이웃과 나누고 우리 집에 없는 채소는 갖다 놓고 가기도 한다. 어떤 때는 누가 가져다 놓은 지도 모르고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맛있게 먹기만 할 때도 있다. 우리 옆집 아줌마는 맛있는 음식을 하면 담장 위에 올려놓고 전화를 한다. 예전에는 큰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제 아줌마도 나이가 팔십이 넘으니 나를 부를 힘조차 없는 모양이다. 아줌마는 친정엄마도 같고 어떤 때는 시어머니 같기도 한 분이다. 우리가 사는 모습이 예쁘다며 칭찬을 해주시지만 어쩌다 남편에 대한 푸념을 하기라도 하면 복에 겨운 소리 한다며 호통이 돌아온다.

‘이웃이 멀리 사는 사촌보다 낫다’ 는 말이 있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함께 하는 이웃사촌이 있어서 좋다. 사람의 향기를 맛보고 정을 나누며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이웃사촌과 텃밭에서 느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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