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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구연식
작성일 2020-07-29 (수) 11:28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0      
아내의 소망, 작은 정원
아내의 소망, 작은 정원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인간 거처에 주택을 지은 것은 인위적인 것이고, 정원을 꾸민 것은 자연적인 것이다. 동서고금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규모와 형태는 달라도 집과 정원은 물리적 환경이면서도 정서적 환경을 채워주는 보완재적 관계다. 우리 민족 정감의 상징이었던 초가 칸에는 아낙들에게 삶의 공간이었던 장독대가 있었다. 그 장독대 옆 손바닥 크기의 귀퉁이에는 봉숭아, 맨드라미 그리고 함박꽃 등이 제철마다 피어 친정집을 생각나게 하고 시집살이를 위로해주는 유일한 장소였다. 어느 제국의 황제는 사랑하는 부인이 죽자 영묘와 정원을 겸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왕비를 추모하는 사랑 이야기의 정원을 만들었다. 유네스코는 인류의 정원으로 선정하여 세계의 유산으로 기리고 있다.



나의 어머니도 꽃을 좋아하셔서 익산 왕궁 고향 집 장독대 뒤 담장 아래에는 봉숭아를 많이 심으셨다. 어머니는 봉숭아 꽃잎을 따서 명반가루와 으깨어 아주까리 잎에 싸서 손톱에 올려놓고 각시풀로 돌돌 묶어서 꽃물을 들여 주셨다. 무뚝뚝한 아버지도 가끔은 묘목 시장에서 꽃나무를 사다가 뒤뜰 언덕에 심으셨는데, 지금은 커다란 나무가 되어 제철이 되면 꽃잎을 피워 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

아내도 무척 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앙증맞은 작은 꽃을 좋아한다. 여름날 뜨거워진 길섶 자갈밭 사이로 더 뜨겁고 가물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물주머니를 잎과 줄기에 가득 채우고, 작은 꽃잎을 삐쭉이 내밀어 행여 밟고 지나가도 다시 일어서는 어느 약자의 삶의 표시인 양 살아가는 채송화를 좋아한다. 해마다 꽃씨를 채집하고 다시 심어서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채송화가 식구들과 언제나 함께 산다. 정원이 있던 개인 주택에서 40여 년간 살다가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D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답답해진 아내는 늘 주택으로 이사를 하여 흙을 밟으며 작은 정원을 꾸미면서 살고 싶다고 한다.



정원이 있는 개인주택을 처분하고 아파트로 이사 온 이유는 아들 내외가 교직에 있어서 손자 뒷바라지를 위해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아침에는 아들 집으로 출근하여 손자 아침을 먹이고 등교시키며 설거지로 시간을 보내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와서 작은 정원 손질에 시간을 보낸다. 아파트 베란다 3곳에 작은 종류의 꽃나무를 키우고 있다. 한정된 베란다 면적에 여러 종류의 화분을 배치해야 하므로 화분 크기도 커피잔 크기와 컵라면 크기의 화분이 대부분이어서 대략 100여 개쯤 된다. 처음에는 지저분하고 답답해 보였는데, 지금은 시멘트 정글에서 그런 취미도 없으면 개인 주택의 정원 가꾸는 꿈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아 요사이 나는 화초 누른개비 떼어주기와 식물도감이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이름을 찾아서 이름표를 만들어 하나씩 붙여주고 있다.



아내는 아침과 저녁때는 화분을 점검한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인근의 화원집에서 화분갈이 및 꽃나무 관리법을 배우고 있으며, 인터넷 정보를 활용하여 이제는 제법 꽃나무를 잘 기른다. 특히 휴일에는 화분 하나하나를 보살피면서 쌔근쌔근 숨 쉬며 도담도담 자라나는 작은 변화를 보면서 흐뭇해 하여 눈은 작은 화분과 맞추고 손끝은 화초를 어루만지면서 생명체의 교감을 나누고 있다. 아들 집에서는 손자 기르는데 온 정성을 다하여 손자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며, 우리 집에서는 꽃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내는 손자와 작은 화분을 애지중지하며 사랑을 주니 자신도 천진난만한 어린애로 돌아가는 것 같아 정신건강이 좋아 보인다.



모든 생명체에는 영혼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생명체를 다룰 때는 사랑과 정성을 다해야 한다. 작은 식물도 늘 꺾고 짓밟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오면 진저리를 치고, 사랑하고 보살펴 주는 사람이 오면 손을 내밀고 좋아한다고 한다. 어느 벌목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밀림에서 수백 년 된 원시림을 벨 때면 나무가 서러워서 우웅하고 운다는 말을 들었다. 어쩌면 나무들의 영혼을 무시한 인간들의 처사 때문이다. 우리네 시골에 당산나무를 보호하는 이유는 그 당산나무도 생명체로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키며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영혼이 있으니, 당산나무를 함부로 옮기지도 베지도 말라는 뜻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작은 꽃나무이지만 생명과 영혼이 있다고 생각할 때 자연의 경외를 소중히 다루고 보살펴야 하리라.

취미생활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마는 생명체가 있는 것에 인간의 정을 줘가며 삶의 한쪽을 채워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손자가 장성하여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아내도 개인 주택으로 이사를 하여 작은 정원을 꾸미며 살아야 할 텐데, 아무리 정원이 딸린 개인주택이 있어도 주위의 정서가 삶의 분위기에 맞아야 하니 그것도 걱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너무 먼 시골보다는 문화시설과 특히 의료시설이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인간의 삶은 자연적인 환경도 중요하지만, 인위적인 환경도 무시할 수 없기에 아내의 여러 가지를 충족할 정원이 딸린 개인주택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다.
                                                                                (2020.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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