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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전용창
작성일 2020-07-26 (일) 07:01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3      
두 형님
두 형님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며칠 전부터 매형은 블루베리를 따가라고 했다.

“매형, 오늘 오후에 농장에 가려고 하는데요?”

“아, 그럼, 이곳이 내 직장인데 출근했지. 올 때 누나한테 전화해서 같이 오면 더 좋지.”

누나한테 전화하니 누나도 반기셨다. 그렇게 누나와 아들 정기랑 농장으로 갔다. 경각산 자락, 옥녀봉 아래 잡초만 무성했던 땅이 이제는 제법 농장의 형태를 갖추었다. 호두나무 100여 그루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나를 보고 일제히 거수경례를 하는 것 같았다. 하기야 관촌 산비탈 음지에 있던 나무들을 이곳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주고, 예초기로 잡초도 제거해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우랴. 누나는 올해부터 호두가 하나둘 열리기 시작한다며 자랑한다. 탐스러운 꽃을 피웠던 이팝나무도 키가 엄청나게 컸다. 얼마 있으면 가로수로 팔려가서 보릿고개에 쌀밥 꽃을 피우겠지.



우리가 도착하자 매형은 모처럼 사람 구경한다며 자연인처럼 활짝 웃었다. “우리 정기 왔구나!” 따뜻한 옥수수를 간식으로 내놓으셨다. 우리가 온다고 하니 옥수수를 쪄 놓으셨다. “옥수수를 다 먹으면 하모니카를 불어봐.” 볕은 쨍쨍했다. 나는 옥수수를 먹으며 허밍으로 고향의 봄을 부르니 정기도 따라 불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중략)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조금 있다가 우리는 모자를 쓰고 양은그릇을 들고는 블루베리를 따러 갔다. 삼십여 그루 나무 위를 온통 그물망으로 쳐 놓았다. 새들이 워낙 좋아해서 나 먹을 것도 남기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망을 쳤다고 한다. 나는 몇 그루는 새들이 먹을 수 있게 남겨두지 그랬냐며, 잘 익은 열매를 간간이 밖으로 던졌다. 진 보라색 블루베리는 주렁주렁 매달렸다. 누나는 허리가 아프다면서도 좀처럼 쉬지 않았다.


“누나, 쉬엄쉬엄해요. 몸살 나면 안 함만 못하니까요.”

“나는 괜찮아. 동생 많이 따가.”

“예, 많이 따고 먹기도 하고 있어요.”



뜬금없이 누나는 말했다.

“동생은 늙지 마. 아프다고 하니 요사이는 자식들도 잘 안 와.”

아마도 자식들 보고 싶어 저리도 쉬지 않고 열심히 따는구나 싶었다. “그냥 놀러 오라고 하면 바쁘다고 할 테니 블루베리 가져가라고 하면 오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와 얘기하는 사이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왔다. 안면이 있는 매형 친구다. 나는 일을 중단하고 밖으로 나왔다.

“형님, 오랜만이에요. 수술하셨다고 들었는데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많이 좋아졌어. 동생은 잘 지냈어?”

형님은 수술해서 그런지  허리가 많이 굽으셨다. 가져온 아이스크림을 우리 모두에게 나누어주었다. 형님은 그동안 여러 번 만났고, 외아들 중신을 부탁하여 서로 상견례까지 했다. 그런데 아가씨의 확답이 없어서 성사는 못 했다. 안타까웠다. 사내는 다소 키는 작아도 튼실하고 회사 과장으로 있으니 그만하면 됐고, 아가씨 혼수 비용도 주고 어린이집도 지어준다는데 어찌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많다고는 해도 백세시대이고, 시집가면 젊은 나이에 어린이집 원장이 될 텐데….  



 “아드님은 어떻게 정혼을 했는지요?”

“어디, 금년에 마흔일곱이야. 손자는 보고 죽어야 할 텐데 동생이 중신 좀 해봐!”

“그러게요. 다 짝이 있을 텐데요.”

“멀쩡한 놈이 애인 하나를 못 물어와.”

“베트남 여자라도 데려오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망했어.”

 한 이년 사이에 형님은 무척이나 수척해지셨다. 걱정이 없는 사람이 없나 보다. 백 부장은 백까지 근심이 있다고 하던데. 나는 후배가 재배하는 뒷산 삼밭으로 갔다. 장뇌삼을 네 뿌리 캤다.


그리고는 형님에게 건넸다.

 “형님을 위하여 캐왔어요. 삼계탕에 넣어 보양하세요!”  

“처남은 후배가 한 번씩 캐가라 해도 절대 안 들어가던데 오늘은 어쩐 일이야?”

“아픈 형님이 여기까지 아이스크림도 사가지고 위문 왔잖아요?”

“나도 생으로 먹게 하나 주지.”

“나누어 먹으면 약이 안 된다고 했어요.”

우리는 모두 웃었다.  



매형은 친구 차로 간다며 우리 먼저 가라고 했다.  오는 길에 누나는 차 속에서 얘기했다.

“그 양반은 부자야. 자기도 연금 타고 각시도 연금 타거든. 땅도 많고 건물도 두 채나 있어.”

“누나, 나는 매형이 건강하고 손주도 많으니 누나네가 더 행복하다고 생각해.”

“매형은 밥만 먹으면 농장으로 도망가. 그 땅에다 돈을 다 밀어 넣고 내 돈 쓰라며 돈도 안 주어.”

내가 땅을 소개했기에 순간 죄인이 되었다.

“누나, 농장이 없으면 집에서 무슨 재미로 살겠어? 매형은 술 좋아하니 밖으로 돌겠지. 그래도 날마다 직장으로 생각하고 출근하니 얼마나 좋아? 푸성귀도 가져오고.”

“그러기는 하지만.”

“날마다 농장에서 일하기에 팔순이 지났어도 건강하잖아? 그 땅 팔면 지금도 2억원은 받을 텐데. 땅에 투자했으니 목돈이 남아있지. 그렇지 않으면 지금쯤 다 없어졌어.”

매형은 삼천오륙백 평이나 되는 이 농장에 오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쁘다고 했다. 누나는 친구를 부러워했지만, 나는 그 형님이 왠지 초겨울 나목처럼 쓸쓸해 보였다. 농장에서 농주를 드시며 큰소리를 치는 매형이 작은 거인처럼 보였다.

저녁을 먹고 쉬고 있으니 매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생, 오늘 고마웠어. 친구랑 삼계탕에 소주 각 일병씩 들고 왔어. 동생이 자기 건강을 위하여 남의 밭 장뇌삼까지 뽑아주었다며 얼마나 칭찬했는지 몰라.”


나는 오늘 두 형님의 모습을 보며 무엇이 행복인지를 깨달았다. 두 분이 건강히 오래오래 지란지교처럼 살기 바란다.

                                                     (2020.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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