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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전용창
작성일 2020-05-11 (월) 15:43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43      
생명줄
생명줄

꽃밭정이 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반 전 용 창





거리마다 하얀 쌀밥이 꽃으로 피어났다. 그것도 고봉밥으로 주렁주렁 달려있다. 이팝나무꽃을 보면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보리밥에 쌀은 조금만 있었고 고구마나 무채가 가득 들어있었다. 보리가 나오기 전인 이맘때는 보리밥도 귀해서 보릿고개라고 불렀다. 그 시절의 배고팠던 추억을 이팝나무꽃이 눈요기로 달래주고 있다. 가로수 이팝나무꽃을 보니 ‘쌀나무’라고 부르던 형님이 그립다. 형님은 지금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면회가 안 된다. 얼마 전에 질부와 통화를 했는데 호스로 식사를 하신다고 했다. 가족도 면회가 안 되고 요양사를 통해 근황을 들었다고 했다. 너무도 측은하다. ‘코로나 19’로 3개월 가까이 통제되고 있으니 온종일 열린 문만 바라보며 얼마나 외로우실까? 밤이 되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절대로 요양원에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는데 거동이 불편하니 별 수 없었다.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혹시 특별 면회가 될지 몰라서 질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병원에 알아본다고 하더니 한참 뒤에 답신이 왔다. 점심시간에 1시간만 특별면회가 된다고 했다. 그것도 환자당 가족 2인만 된다고 했다. “질부, 나는 꼭 좀 보게 해주어!” 그렇게 면회가 이루어졌다. 질부와 11시 반에 H병원 로비에서 만났다. 장손자도 와 있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곧바로 프런트에서 면회 절차가 이루어졌다. 직원에게 체온측정을 받았다. 36.3도라며 잊지 말고 기록하라고 했다. 손 소독을 한 뒤 비망록에 환자 이름, 면회자 인적사항 및 관계, 체온, 연락처를 기재하고 713호 병실로 올라갔다. 형님께서는 얼마나 반가워하실까? 이산가족 상봉이 떠올랐다. 병실에 도착하니 우리 모습을 본 형님은 “허어”하시며 반가움에 손을 흔드셨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모습이었다.


 “형님, 얼마나 외로우셨어요? 우리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했어요.”

 “나도 알아.”

 “카네이션은 누가 달아주었어요?”

 “병원에서 달아 주었어.”

 “아버님, 카네이션 받으세요."

질부는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시아버지께 건넸다. 머리카락은 짧게 하시고 연신 웃는 모습이 하회탈을 쓴 동안(童顔)처럼 보였다.    

“형님, 간호사가 손을 잡지 말라고 해서 악수를 못 해요.”

“무슨 소리야?”

하시며 형님은 덥석 나의 손을 잡으셨다. 나도 두 손으로 형님의 손을 꼬~옥 잡았다. 형님의 체온이 나의 손을 통하여 가슴에 도달하니 울컥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개를 돌렸다. 질부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형님과 함께 있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했다. 형님과 나는 카네이션 바구니를 함께 잡았다.

“형님, 예쁘게 웃으세요!”

“알았어.”

형님은 왼손으로 바구니를 잡고 오른손은 들어 손바닥을 보이며 ‘바이 바이!’하는 것 같았다.



쌀가마니도 불끈불끈 들어 올리시던 손이 어쩌면 이렇게 뼈마디만 앙상하게 남으셨을까! 내가 울적해지자 질부는 얼른 말한다.

“아버님, 한석이도 왔어요. 조금 있다 아비와 같이 올 거예요.”

“한석이?”

형님은 대를 이을 장손 ‘한석이’한테 예법을 가르치신다고 혼낸 적도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누구보다 예뻐하셨다.

“형님, 조금만 있으면 면회가 자유롭다고 했어요. 그때까지 마음을 편안히 가지시고 건강하세요.”

불과 십여 분 남짓 면회한 것 같은데 간호사는 벌써 시간이 다 됐다며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신 기운이 또렷하신 형님께서 일어서지 못한 채 병상에만 누워 계신지도 어느덧 일 년이 되어가고 있다. 구순을 앞둔 지난해 7월 초까지만 해도 힘이 넘치셨는데. 치매로 형수님이 몇 년 전부터 요양원에 계시니 홀로 지내는 삶이 지루해서 빨리 죽고 싶다고만 하셨다.


 밤마다 뜬눈으로 지새우기가 일수였고, 무료함을 달래려 술을 과음하게 되고 수면제를 드셔야만 잠을 잘 수가 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전기장판에 큰 화상을 입으셔서 하룻밤 사이에 이리되셨다. 형수님 보고 싶지 않느냐고 하면 이런 모습으로 만나면 뭐 하겠느냐며 잘 있냐고 만 물으셨다. 사실 ‘코로나 19’ 사태가 오기 전만 해도 다시 일어서실 줄 알았다. 질부가 영양식을 준비하여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섬기는지 날로 기력이 좋아지셨다. 그런데 3개월 사이에 저토록 몸이 밭으셨다. 음식을 삼킬 기력도 없으시니, 코에 호스를 끼워서 영양식을 공급하고 있다. 호스로 연결된 ‘생명줄’로는 생명을 오래 연장할 수 없다. 가족이 자주 찾아뵈어 효도를 다 하는 ‘사랑의 생명줄’이 끊어지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형님, 약한 마음 가지시면 안 돼요. 또다시 올께요.”

좀 더 있다 가라고 하는 형님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듯하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내내 발걸음이 무거웠다. 정철의 ‘훈민가’가 떠오른다. ‘어버이 살아신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성경 말씀에도 십계명 중 오계명에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고 하셨다. 효도가 백약보다 ‘생명줄‘을 길게 하는 명약이라는 것을 알고도 불효한 삶을 살아온 것 같아 후회가 막심하다.

“아버지, 어머니, 편안하신지요? 어버이날에 산소는 못 갔지만, 형님 뵙고 왔어요. 곧 찾아뵐게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차창밖에서는 ’쌀나무‘가 잘 가라며 고봉밥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2020.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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