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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한일신
작성일 2020-03-17 (화) 18:05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84      
전주한옥마을의 아침
전주한옥마을의 아침

안골은빛수필문학회 한일신





 

 텔레비전을 껐더니 빈 집 같다. 마음도 덩달아 텅 빈 것 같아서 다시 켰다. 새벽 5시에 알람이 울렸다. 아직은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이라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렸다.

 

 어스름이 가시고 환해져서 수레를 끌고 나갔다. 코로나19 때문인지 거리엔 사람이나 차가 별로 없어 한산했다. 리베라호텔을 끼고 한옥마을로 들어서서 태조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이곳 역시 사람 없는 건 마찬가지고, 청소부 아저씨만 열심히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상가들은 아직 문이 닫혀있고 ‘한국관’만 문이 열려 있었다. 물건 차가 문 앞에 있는 걸 보니 방금 열었나 보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어서 전동성당 앞을 지나자 방역으로 출입이 통제돼있고, 소독을 언제 했는지 약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 이 성당은 조선시대 천주교도의 순교터에 세워진 건물로 우리나라 3대 성당 중 한 곳으로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준다. 호남지방의 서양식건물 중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깊은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성당이다. 내가 여학교 때 수없이 지나다니며 새 신부님이 오시면 들어가 미사도 보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남부시장으로 향했다. 아무리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도 이곳은 사람이 좀 있었다. 이곳 상인들은 눈만 마주치면 사라고 하는데 나는 으레 한두 바퀴 돌고 나서 물건을 사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한 바퀴 돌고 당근과 양배추 등을 사서 버스를 타고 오려고 했는데 맘이 썩 내키지 않아서 그냥 걸어오기로 했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데 요즘 사람과 거리를 두고, 사회와 거리를 두고 살라 하니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다.



 8시가 가까울 무렵 다시 한옥마을로 들어왔다. 이곳 경기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곳이다. 경기전 앞에는 예쁜 꽃들이 손님 맞을 준비로 부산하다. 한데 어떤 일인지 손님도 오기 전에 어디서 새들이 몰려와 꽃밭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더니 이 녀석들은 저희끼리 뭐라 뭐라 하면서 겁도 없이 꽃들을 마구 쪼아먹고 있는 게 아닌가? 꽃도 배춧속처럼 노란 꽃과 불그레한 꽃이 있는데 유독 노란 배추꽃만 쪼아먹고 있었다. 나는 보다못해 한마디 하고 싶어서 그 옆에 살그머니 앉았더니 말도 꺼내기 전에 나하고는 아예 상대조차 하지 않겠다는 듯 후드득 날아가 버렸다.

 

 말 상대가 없어진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으려니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여학교시절, 경기전 내에는 한옥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여 선생님이 살았었다. 그때 어찌나 좋아 보이던지 나도 나중에 선생님처럼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앞에는 잔디를 깔아 정원을 만들고 뒤에는 과일나무도 심고 채소도 가꾸면서 가끔 친구라도 불러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있는 음식도 나누어 먹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루지 못하고 그 꿈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직장 다닐 때도 여름 휴가 때만 되면 여기 와서 더위를 식히고,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겨울에 눈이 쌓이면 푸름을 잃지 않는 대나무숲이 좋아서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런 풍경들이 이 아침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며 그 속에 그리운 사람들이 하나둘 보였다.

 

 수레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 한옥마을을 거닐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일상의 지루함과 나태함을 훌훌 털어버렸더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다. 빈 가슴속에 햇빛을 담은 귀갓길은 참 행복했다.

                                                                        (2020.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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