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5,641,031
오늘방문 : 2943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506
오늘글등록 : 1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3719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근식
작성일 2020-02-14 (금) 06:14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72      
가까이서 오래 보면
가까이서 오래 보면 / 정근식





나그네가 유럽의 어느 유명한 성당을 지날 때 종소리가 들렸다. 종소리가 은은하여 소리가 끝날 때까지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다음날도 은은한 종소리가 들렸다. 나그네는 종을 누가 치는지 궁금했다. 분명 건장한 신부님이 종을 치고 있겠지 하는 상상을 하며 종이 있는 성당 꼭대기로 올라갔다. 나그네는 종을 치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곳에는 등이 굽고 말을 잘 못하는 장애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종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뒤부터 나그네는 그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종지기의 고통소리로 들렸다고 한다. 이처럼 같은 소리임에도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느낌은 다르다.

문학모임에 가면 꽤 알려진 회원이 있다. 나는 전부터 그 작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대표였는데 글 솜씨 역시 기업경영 못지않게 뛰어났다. 인터넷에 그의 작품과 문학상 수상 기록이 다음 페이지까지 나올 정도로 꽤 알려진 작가였다. 그가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모임에 가입하겠다고 신청하는 예비 작가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나는 그와 문학모임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 모임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문학모임에서 나이가 많았던 그는 회장을, 젊은 나는 총무를 맡았다. 나는 그와 함께 문학모임을 이끌어가는 것이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그를 만나 함께 수업을 받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나는 늘 그에게 깍듯하게 대우했고, 그와 대화했던 이야기를 글로 쓸 정도로 한때 그는 나에게 우상이었다.

그와 만남이 잦을수록 나는 성당 종지기를 본 나그네의 기분이 들었다. 성당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리지 않고 종지기의 비명으로 들리는 나그네가 되어 가고 있었다. 무엇이든 가까이서 보면 정확히 볼 수 있다. 그는 돈이 많고 글 솜씨가 뛰어났지만, 기업의 대표자리에만 있었던 탓인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그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자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회원들이 자주 느끼게 했다. 자존심이 상했던 몇몇 회원들이 그에게 모임에서 탈퇴를 요구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국 그는 다른 회원들에게 사과를 한 뒤 마무리는 되었지만, 전과 다르게 편한 관계가 되지 못했다. 차라리 그를 멀리서만 보았더라면 지금보다는 더 괜찮은 작가로 기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산행 길에 그림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의 화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이야기였다. 나는 그림에 문외한이라 모나리자라고 하면 여인의 미소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다. 동행한 일행은 모나리자 그림의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모나리자 그림 배경을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어 생뚱맞다고 생각했다. 산행 중에 잠시 쉬는 시간에 휴대폰으로 모나리자를 조회한 뒤 확대해 보았다. ‘모나리자’의 미소 뒤에는 시냇물과 다리가, 꼬불꼬불한 산길과 산도 있었다. 어느 한적한 산촌의 모습 같았다. 그림 역시 가까이서 보면 멀리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당 종지기를 본 나그네의 판단이 옳았을까, 일 년에 몇 번 만나는 작가에 대한 판단이 옳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쩌면, 성당의 종지기는 깊은 신앙심으로 그 일을 자처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성당에서 그의  가족 생계를 위해 종지기란 일을 만들어 주었을 수도 있다. 유명작가에 대한 판단 역시 차이가 없다. 그의 한두 가지의 실수를 보고 전부를 판단하지 않았을까, 아니 내 눈에 비친 작은 실수만 보고 그의 장점을 보지 못하지 않았을까? 적어도 수십 년 동안 기업을 무난하게 경영했던 능력이 있었을 텐데.  

가끔 소문이나 선입감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할 때가 있다. 타인의 부정적인 생각을 여과 없이 받아들일 때가 있다. 멀리서만 본 탓이다. 멀리서 보면 보이긴 하지만 정확히 보이지는 않는다. 희미하게 보인다. 아름다운 아내 얼굴조차도 알아볼 수 없다.

멀리서 보면 안 보이는 것이 가까이서 보면 잘 보인다. 그것보다는 가까이서 오래 보면 더욱 잘 보인다. 가까이서 오래보면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애틋한 그 사람의 사랑이 또렷이 보인다. (10.4매)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있을 때 잘 할 걸 한일신 2020-04-04 2
나와 음악 백남인 2020-04-02 9
열풍 한성덕 2020-04-01 9
창 그리고 방패 최정순 2020-03-28 13
청동화로 최상섭 2020-03-23 16
한국은 의료선진국 이윤상 2020-03-23 21
스키와 자전거 김성은 2020-03-22 15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김길남 2020-03-22 18
세종대왕이 화를 내는 이유 김학 2020-03-21 26
방콕은 수필쓰기 좋은 때 항성덕 2020-03-21 14
선운사 동백보다 더 붉은 단심으로 일제에 맞서 진동규 2020-03-21 14
불청객, 코로라19 소종숙 2020-03-20 16
산다는 것 전용창 2020-03-20 17
3월 봄나들이 한성덕 2020-03-19 15
일곱남매 표류기 최정순 2020-03-18 19
요양보호사 한일신 2020-03-18 20
3월 13일의 행복 한성덕 2020-03-18 19
나는 격리 중 정근식 2020-03-18 20
전주한옥마을의 아침 한일신 2020-03-17 22
방콕생활 열하루 째 김학 2020-03-17 33
12345678910,,,222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