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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한성덕
작성일 2020-01-11 (토) 04:55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15      
들꽃에 담은 사랑

들꽃에 담은 사랑

한성덕

가을이 문턱 안으로 들어왔다. 살랑살랑 일던 선선한 바람도 아침저녁으로 살갗을 자극한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꽃의 향기가 상큼하다.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는 가을꽃의 대명사로 불린다. 색상이 선명하고 다양하며 피는 기간도 길다. 파란하늘, 높은 구름, 꽃들의 색색이 어울리면 남녀는 쌍쌍을 이룬다. 활기차고 친절한 나라 멕시코에서 유입된 1년 초 코스모스를 지칭한다.

코스모스는 ‘순종, 애정, 조화’라는 꽃말을 지녔다.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청순하고, 야들야들한 느낌은 가녀린 소녀와 잘 어울린다. 꽃말은 색상에 따라 의미를 달리한다. 흰색은 ‘소녀의 순결’을, 분홍색은 ‘소녀의 순정’을, 빨간색은 ‘진한 사랑’을, 그리고 검은 계통의 초콜릿색은 ‘사랑의 끝’을 의미한다. 누군가 이 색깔의 코스모스를 받았다면, 이별의 슬픔이 찾아왔음을 눈치채야 한다. 계절의 멋을 따라 산문 한 편 정도는 남기리라 했으나 시간이 빼앗아가 버렸다. 제목을 정하고, 여기까지 써 내렸던 문장을 다시 이어가려니 어색하기 짝이 없다.

내 나이 60대 중반, ‘인생은 육십부터’라는데 끝머리만 보인다. 천만다행인 것은, 수필이 친구가 되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른다. 또한, 행운이 함께하는 우아한 삶이 그리워 그 동네로 이사했는데 어언 3년이 지났다. 전주시 우아동 ‘우아 럭키아파트’ 말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아파트단지 사람들은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 행운을 달고 사는 것 같은데 나도 그렇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아침, 무주 어머니께 다녀오는 길이었다. 그 순결하고 가녀린 코스모스가 하늬바람에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하얀 코스모스 한 송이와 빨간 백일홍을 꺾었다. 전주 집까지는 승용차로 40여 분 거리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한 코스모스는 숨이 턱밑에 붙었다. 싱싱하기를 바라고 자른 부위에 연신 침을 발랐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진안 소태정재를 넘으면서 싱싱한 코스모스로 바꿀 생각이었다. 바람이 내 마음을 훔쳐서 코스모스더러 ‘꼭꼭 숨으라.’고 일렀나? 전주시내로 진입할 때까지 그 흔한 코스모스가 눈에서 사라졌다. 다른 길로 한참을 갔다 왔어도 마찬가지였다. “찾으면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백일홍은 정열적인 자태를 한껏 뽐내지만, 코스모스는 인사불성이었다. 그래도 아내에게 바칠 생각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 멋진 날인 10월 9일은, 우리의 서른아홉 번째 되는 결혼기념일이었다. 아내 앞에서 깜짝쇼를 하고 싶은데 들꽃이 보였다. 그래서 들꽃을 꺾었던 게 아닌가? 양손을 뒤로하고 집에 들어갔다. 다른 때처럼 아내는 와락 끌어안지 않았다. 뒷짐속의 선물(?)을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무엇이냐고 다그치는데 미소가 넘쳤다. 몇 번의 실랑이질로 호기심이 극대화 되었을 때, 짠~하고 꽃을 내밀었다. ‘기껏, 들꽃이야?’ 할 것 같아서 얼른 꽃의 의미를 부여했다.


“여보, 하얀 코스모스의 꽃말은 ‘순결’인데, 처음처럼 당신과 함께 ‘순결한 사랑’으로 살고 싶어!”

끝도 밑도 없고, 각본도 대사도 없이 던진 말에 아내는 토끼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비록 코스모스는 시들었지만 백일홍이 있지 않은가? ‘늘 싱싱하고 젊게 살자!’고 했다. ‘두 암을 수술하고서도 굳건히 살아가는 당신의 모습이, 쓰러질듯 말듯 버티는 코스모스처럼 느껴진다.’고도 했다. 시들시들한 꽃을 들고 떠벌이는데도 아내는 금방 숙연해졌다. 큰 눈동자 주변에서 눈물이 쏟아질듯 그렁그렁했다.

빨강색의 백일홍을 내밀었다. 물으나마나 붉은색은 정열이 아닌가? 우리의 생애에서 ‘불타오르듯 빨간 백일홍처럼 정열적으로 살자!’고 했다. 누가 우리를 대신해서 살아준단 말인가? 자식이나 부모형제나 친구나 돈이 아니라, 오직 ‘당신과 나 둘뿐’이라며, 들꽃 속에 담은 사랑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손바닥을 마주치며 “파이팅!”을 외쳤다. 아내를 향한 외침은, ‘당신 때문에 나는 반짝반짝 빛난다.’는 고백이었다. 아내는 이미 내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한참 뒤에 얼굴을 마주보며 웃을 때는, 그렁그렁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얼굴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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