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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세명
작성일 2020-01-06 (월) 06:03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250      
장돌뱅이
장돌뱅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5일장날에는 각지에서 장돌뱅이들이 모여든다. 소와 돼지가 거래되고, 거간꾼도 한 몫 챙긴다. 5일장이 서는 날 아버지는 소를 팔러 장에 가시면서 나를 데리고 가셨다. 처음 본 장터의 모습은 경이로웠다. 약장수가 굿을 하고 구경꾼이 모이고 만병통치약이 팔린다. 왁자지껄한 장터는 어린 내 눈에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장터에 떠들썩한 것은 엿장수 가위 소리, 소 울음소리, 개짖는 소리, 닭 우는소리, 시비소리들이다.

그날은 돈이 돌고, 곡식이 돌고, 인심도 돌아 사람들이 모여든다. 조상님 제삿날이 다가오거나 집안 대소사에는 장엘 간다. 닷새마다 열리는 장바닥은 북새통이다. 사람들은 겨울 찬바람을 안고 돈이 될 잡곡이나 마른고추를 지게나 머리에 이고 5일장에 모여 거래를 한다. 고장 난 농기구는 대장간에서 고치고, 찢어진 고무신이나 깨진 솥도 때운다. 5일장에서 육십년대의 장돌뱅이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었다.

장이 서지 않는 날은 무싯날이라고 한다. 지난날 장돌뱅이처럼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던 일들이 떠오른다. 나는 젊어서 순경이 되어 시골 지서를 떠돌며 살았다. 진안 월랑파출소를 시작으로 장수계남, 전주 팔복동, 완주 이서, 진안 마령, 주계, 경장으로 승진하여 무주 구천동, 적상, 전주 경원동, 중노2동, 경사로 승진하여 순창 팔덕, 적성, 쌍치 지서장 경위로 승진하여 월랑, 전주 경원동파출소장, 지방청 정보3계 등 정년까지 20여 곳을 전전했으니 가족의 고생이 많았다.

시골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사람이 모이고 술이 돌고 술에 취하면 시끄럽고 싸움을 한다. 평소에는 조용하다가도 장날이면 사건사고가 많아진다. 삶의 현장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은 어렵다. 파장에는 항상 시골 지서는 삶의 중심이 되어 시끄러웠다. 이 짓 안하면 못 먹고사나 자괴감이 들고 잠이 부족해도 아이들을 보아 참아야 했다. 집을 나서는 길은 돌아오기 위해 열려있다. 그 곳이 설령 전쟁터 같은 곳이라도 돌아올 곳이 있어 버틴다.

아웅다웅하며 서로의 주머니를 열고 닫는 곳이 장터 아닌가? 나도 장돌뱅이처럼 자주 다른 지서나 파출소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퇴직하면 은둔자처럼 유유자적할 줄 알았지만 막상 무싯날이 되풀이 될수록 남루한 옷을 걸친 듯 위축되고 무료하고 쓸쓸했다. 만년 월급쟁이일 줄 알았던 동료들도 하나둘씩 장터 같은 직장에서 물러났다. 이제는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와 파장하고 난전의 문은 닫혔다. 세월 따라 장꾼도 5일장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대형마트나 온라인과 택배의 시대가 되었다. 떠들석하던 장돌뱅이들도 명맥이 사라지고 자영업자로 변했다.

나도 모든 공직에서 정년퇴직하니 은퇴는 쓸쓸하고 파장의 장터처럼 썰렁하다. 장돌뱅이처럼 떠돌던 나의 지난날들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남아도는 시간들을 무엇으로 채워나갈지 걱정과 기대 속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나온 삶을 회상하며 수필로 엮고 문우들과 친교하니 벗도 생기고 생기가 돈다. 사는 게 그렇듯 예전만 못해도 노년은 즐겁다. 인생의 장돌뱅이가 되니 옛날은 가고 없어도 새삼 마음이 설렌다.  오늘도 가곡 ‘옛날은 가고 없어도’를 들으며 지난 세월을 회상해 보니 나만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202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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