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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한일신
작성일 2019-12-06 (금) 19:04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49      
추억의 앨범을 펼치며
추억의 앨범을 펼치며

안골은빛수필문학회 한일신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정년으로 퇴임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십수 년이 흘렀다. 해묵은 앨범엔 아직도 살아온 날들이 빨강·주황·노랑·초록·파랑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고스란히 담겨있다.

 

  삶의 중턱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작은아버지가 사시는 진안군 성수면에서 직장을 잡게 되었다. 그때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마냥 기뻤지만 살다 보니 삶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다. 이곳에서 이십여 년 지내면서 이룬 것도 많지만 눈물 자국도 많다.

 

  돌아보면 평평한 길만 걸어온 것 같지만 가시밭길도 많았다. 가장 몸과 마음이 힘들었을 때라면 진안에서 가장 오지로 알려진 용담면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평소 길눈도 어둡고 운전도 서툰 내가 정년을 5년여 남겨두고 빙판길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사령장을 받았으니 어쩌겠는가? 내 삶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직장을 다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밤새워 고민하다가 다니려면 죽을 각오로 다니기로 했다. 당시 승용차까지 폐차시킨 터라 집에서 왕복 96km인 그곳까지 첫차와 막차를 갈아타며 다니면서 행여 버스를 놓칠세라 얼마나 가슴 조이며 애를 태웠던가?

 

  빛은 어둠을 몰아내듯이 고통과 눈물 속에도 기쁨과 웃음은 있었다. 낯설고 물선 그곳 용담 주민은 하나같이 나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뿐 아니라 이웃 면사무소 직원들도 나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대해주어 세상에 혼자라는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어느 날인가, 이런 일도 있었다. 차를 폐차시킨 후 다시는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외근이 많은 업무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근무하기는 힘들었다. 어렵사리 승용차를 다시 구입하여 주민 몇 분을 내 차로 모시고 읍내 보건소에 가서 교육을 받고 돌아오다가 용담댐 광장에서 내렸다. 그때가 아마도 가을이었지 싶다. 우리는 높고 푸른 하늘과 단풍으로 어우러져 너울대는 용담댐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노래가 저절로 나와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를 불렀더니 다른 분도 바로 들어와 함께 불렀다. 부르던 곡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가 선창을 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다들 따라 불렀다. 흥이 절정에 이르자 반주곡처럼 소곤소곤 소곤대든 용담댐 물소리도 숨을 죽이고 우리 팀에 합류해서 한 팀이 되었다. 그러자 우리는 더 신이 나서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며 동심으로 돌아가 서로의 웃음 띤 얼굴을 바라보며 분홍빛 행복에 젖었다. 한동안 세상이 우리 것인 양 노래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어린 학생들이 하나둘씩 우리 곁에 모여드는 걸 알고서야 민망해서 노래를 멈추고 자리를 떴다. 아, 그날 그 시절이 그립다. 그분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 하고 계시는지….

 

  오늘 같은 날엔 미당 서정주의 시 『푸르른 날』에서 “초록이 지쳐서 단풍이 드는데”라는 시구가 생각난다. 계절은 어느새 자리를 바꿔 그 곱던 단풍마저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하나둘씩 지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날마다 주름살만 깊어가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텅 빈 듯 허전하고 쓸쓸하다.

 

  이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마침 아는 분이 진안군 공무원 전화번호를 카톡으로 넣어주었다. 이때다 싶어 당시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찾아 낮은 음성으로 불러보았다. 국은희·황정애·이혜숙·이임옥·장미숙·양근자·황정숙·이순옥…. 몇 사람에게 안부 전화를 했더니 깜짝 반기며 한 번 놀러 오란다. 지금도 이렇게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주변에 작은 천사가 있어 진안 식구들 소식을 종종 듣지만, 퇴직 후 아예 소식이 끊긴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 가운데 내가 힘겹게 근무할 때 힘이 되어주었던 안00 전 면장님 소식이 궁금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찾다가 못 찾아서 그만 포기 아닌 포기를 했었는데 한 번 더 알아봤더니 사는 곳을 알게 되었다. 이거라도 어디냐 싶어 내일 당장 아파트로 달려가 찾아볼까 싶었지만 요즘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마구잡이로 가서는 허탕칠 게 뻔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끔 안부를 묻고 사는 친구한테 이 사실을 말했더니 본인이 안다고 하면서 바로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게 아닌가?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세상이 넓고도 좁다더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보다. 알려준 대로 연락을 했더니 마치 기다리기나 한 듯 바로 전화를 받았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그동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듯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더니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추억의 앨범!"

누가 추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펼쳐 본 추억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만드는 과정은 실로 힘들고 고달팠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행복하기도 했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겠지. 이제 지나간 추억에만 빠져있지 말고 오늘에 충실하자. 언젠가는 그날이 다시 아름다운 추억으로 환생될 테니까.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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