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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한성덕
작성일 2019-11-23 (토) 06:00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280      
어머니의 원맨 쇼
어머니의 원맨쇼

한성덕









“인간은 일어난 사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 때문에 괴롭다.”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5대 로마황제)의 스승인 에픽테토스(55년~135년경)의 말이다.

 지난 주간(11.10~15)은 미국령인 괌에 다녀왔다. 아내는 노래하며 간증하는 찬양사역자다. 14개 한인교회를 배출한 모태교회인 괌의 ‘태평양장로교회’는 규모가 꽤 컸다. 노래하며 간증하는 간증사역자인 아내가 그 교회의 초청으로 수요일 밤에 찬양과 간증을 했다. 나머지 시간은 신나게 여행을 하고 금요일에 돌아왔다.

주간 보호센터에 다니시는 어머니와 아침식사를 하려고 이틀에 한 번씩 집에 간다. 여행을 다녀온 그 이튿날 토요일에도 갔다. 원장에게 잘 부탁한 까닭에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왔는데, 어인일인지 어머니의 거친 숨소리와 기침이 몹시 거슬렸다. 그리고 머리까지 아프다고 하셨다. 위급하다는 생각에 그 즉시 전주의 한 병원으로 모셨다. 체크한 혈압은 93-52, 정상이었다. 혈압으로 머리가 아프지 않으면 100% 폐렴증세라더니, X-레이 검사결과 틀림없었다. 지난 7월에 퇴원했을 때와 비교해서 보여주는데 확연히 달랐다. 결과는 폐렴이 심하다며 입원을 종용했다. 피, 소변, 가래검사를 마치자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어느 병원에서도 볼 수 없는 서비스 만점의 원장이다.

 그 병원의 전문은 흉부외과 쪽이다. 어느 날, 아내가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며 기침이 심한데다 우울증까지 왔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3개월여 동안 전전긍긍하며 소문난 내과를 두세 군데 다녔으나 허사였다. 시급한 건 우울증세여서 정신병원까지 예약을 했었다. 그러나 이비인후과에서 어지럼증을 잡고 머리도 맑아졌다. 문제는 기침이었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어머니께서 입원하실 병원을 소개받았다. 한두 마디에 대뜸 ‘폐렴’이라고 했다. X-레이 결과, 보통 심한 게 아니라는 의사의 말에 정밀검사까지 받았다. 의사는 입원하면 한 주, 통원치료하면 한 달이라고 했다. 정확히 한 달 만에 완치됐으니 용한 의사가 아닌가? 그 뒤로 우리의 주치의가 되었다.

매끼마다 병실에 갔으나 아내는 3일만이었다. 어머니께 괌을 설명하기가 복잡했던지 미국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리고 간증과 찬양, 여행이야기를 조곤조곤 해드렸다. 그 바람에 피곤해서 일찍 오지 못했다며, 죄송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잊고 ‘미국’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이셨던가 보다. “비행기타고 갔냐?” 하시는 음성이 얼마나 큰지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열 명의 환자들 앞에서 며느리 칭찬을 하셨다.

 우리 자부는 음악가라고, 노래를 잘한다고, 전국을 다닌다고, ‘그만하시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미국에서 노래했다고, 한 번 시켜보라고, 우리 둘째 아들과 자부도 고등학교 음악선생이라고, 굉장히 신나셨다. 우리는 쑥스러움으로 웃음보가 터져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는 손수 박수를 치며 아내에게 노래를 청했다. 아내가 ‘어머니께서 노래를 잘하신다.’고 하자 화살이 엄마에게로 갔다. 환자들이 ‘어머니 먼저 하셔야 자부도 하겠다.’며 난리였다. 평소에는 17세 소녀처럼 퍽 수줍어하셨는데, 그날따라 어떤 기색도 체면도 없이 즉시 찬송을 하시는 게 아닌가?

“내 주의 보혈은 정하고 정하다/내 죄를 정케 하신 주 날 오라하신다/내가 주께로 지금 가오니/십자가의 보혈로 날 씻어주소서.”

감탄의 소리와 함께 앙코르 박수가 터지자, ‘우리 자부가 노래할 건데 뭘 못하랴?’ 하시듯, 전혀 망설임도 없이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이번에는 가곡을 열창하셨다. 병실이 떠나갈 듯 박수가 천정을 때렸다. 모든 분들이 ‘95세 할머니답지 않다.’며 놀라워했다. 가곡을 부르자 가사를 잊지도 않았다며 칭찬을 토했다. 개그도 그런 개그가 없었다. 각본도, 무대도, 지도자도 없는 병실침상에서 펼쳐지는 쇼, 그야말로 우리 어머니의 원맨쇼였다. 환자들과 함께 원 없이 웃었는데 눈썹에선 이슬이 반짝거렸다.


 어머니께서 노래를 하신 탓에 아내의 답례는 자연스러웠다. 모두 기독교신자가 아니니까 ‘노사연의 '바램'을 하겠다.’고 했다. 끝자락에서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 할 사람은 그대뿐입니다.”로 마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공기를 갈랐다. 붉어진 눈시울에서 눈물을 훔치고, 여린 마음은 속내를 드러내는 연출이 벌어졌다.

 서두에서, ‘일어난 사건보다 그 사건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 때문에 괴롭다.’는 말이 무색한 시간이었다. 60대 중반을 살면서 어머니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다. 언성과 기분이 평상시의 여섯 배(?), 그러면서도 괴로운 것은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언제 또 볼 것이며, 사람의 행동이 급격히 달라지면 죽는다.’는 생각이 겹치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되어 서글픔이 밀려왔다.

                                               (201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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