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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효순
작성일 2019-11-12 (화) 14:02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322      
세월이 가면
세월이 가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효순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가을비가 요란하게 내리는 밤이다. 머뭇거리던 가을이 속절없이 떠나가는 소리다. ‘모란이 지면 내 한 해가 다가고 말아 섭섭해 울었다.’는 영랑 시인의 심정이 이랬을까? 가을을 보내는 나의 심사가 그렇다.

쉬 잠들지 못하는 밤, 낮에 다녀온 지인 아들의 결혼식 장면을 되돌려 본다. 가족사진을 찍을 때였다. 신랑 어머니 옆 신랑의 아버지는 내내 굳은 얼굴로 차렷자세를 취한 채 앞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 일등병 같았다. 그 앞줄, 신랑 할머니도 표정이 매서웠다. 몸을 사린 채 뒷사람과는 최대한 간격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내 눈에는 보였다.

30여 년 전 일이다. 남편이 후배의 신혼 집들이에 가는데 따라간 적이 있었다. 신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으로 보여 부러웠다. 친정아버지는 목사라고 했다. 살림이 넉넉했던 시부모가 마련해 준 30평이 넘는 새 아파트에 품격을 더한 인테리어는 신부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녀는 벽을 장식한 그림 속 여자처럼 예뻤다.

그녀는 두 아들을 연년생으로 낳았다. 그런데 그녀는 참으로 뜨거운 여인이었다.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팔랑 날아가 버렸다. 아이들이 할머니 품에 던져지다시피 했던 그때, 작은 녀석은 젖먹이였었다. 그 뒤 아이들과 남자가 건너온 세월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옆에서 지켜보자면 남자는 심청이를 끌어안고 더듬더듬 세월의 강을 건너는 심 봉사 같았다.

그 중 맏이가 오늘 장가를 갔는데 그녀가 결혼식장에 나타났다. 세월은 참으로 공평했다. 그녀도 세월의 파도를 피할 수는 없었나 보다. 옛날 그 얼굴이 아니었다. 짙은 화장으로도 폭 넓은 한복 치맛자락으로도 감춰지지 않는 흔적이 그녀 얼굴에도 분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렇게 활화산 같은 삶을 살아낸 그녀도, 세월이 이끄는 대로 그냥저냥 흘러온 나도 결국은 이런 얼굴이 되어 만나게 되는 것을….결혼식장에 가서 신랑 신부는 제쳐두고 신랑 어머니 얼굴만 바라보다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옛날 뭇 사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배우 윤정희 씨가 치매를 앓고 있다 한다. 10년 전에 발병했는데 현재는 핏줄도 못 알아보는 지경이라고. 이 밤, 아파트 정원의 왕벚나무는 몇 입 남은 이파리들마저 훌훌 털어버리겠지. 그 나목을 바라봐야할 일이 지레 쓸쓸해지는 긴긴 늦가을 밤이다.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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