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땅값의 하나가 미국의 맨해튼이라고 한다. 원래 주인이었던 인디언 추장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겼다. 단돈 24달러에 네덜란드 상인에게 팔았다. 한 사람이 산 땅을, 네덜란드 사람들은 떼거리로 몰려들었다. 그것을 ‘새로운 땅’이라며 ‘뉴 암스테르담’이라고 칭했다.
지금의 맨해튼을 영국인들이 인수했다. 그 너른 땅에서 독수리의 꿈을 키우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심기 시작했다. 국기에 힘찬 독수리를 그려 넣은 이유다. 영국인들은 ‘새로운 요크’라 부르며 그 곳을 발판삼아 일어선 게 오늘의 ‘뉴욕(New York)이다.
원래 땅 주인이었던 인디언 추장은 잔뜩 화가 났다. 말도 안 되는 헐값에 팔았다는데 따른 후회였다. 자꾸만 본전 생각이 난 추장은, 그 땅에 들어가 훼방을 놓으며 문제를 일으켰다. 유럽인들은 땅 주변에 높은 벽을 쌓았다.
가만히 있을 인디언들이 아니었다. 그 벽을 무너뜨리고 길을 만들었다. 이쪽이나 저쪽사람들이 짝을 지어 다니기 시작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부터 시작한다지 않던가? 좌우지간 길이 생기면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그 길이 오늘의 ‘월스트리트’다. 전 세계 금융의 중심지가 돼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니까, 돈들이 모여 줄줄이 돈줄을 이룬다. 결국은 벽이 길을 만든다는 진리(?)를 보여준 셈이다.
인생길에서 부닥치는 큰 벽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늘이 번쩍번쩍, 지축이 흔들흔들하는 것 같아서 죽을 맛일 게다. 서두의 상황처럼, ‘벽은 멈추라는 게 아니라 무너뜨리고 길을 내라는 것’이라고 한다면, 말이 그렇지 어디 쉬운 일인가?
윗글을 보면서 성경의 삭개오를 생각했다. 그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속국이었다. 삭개오는 로마가 아닌 유대의 세리장이요, 부요한 사람이었다. 자수성가한 부자가 아니라 남의 것을 착취한 갑부였다. 예를 들어, 로마에 바치는 세금이 만원이라면, 만오천 원을 거두고 나머지는 주머니에 넣었다. 이런 자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자기 동족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죄인 취급을 받았다. 친구도, 동료도, 이웃도 없는 외톨이었다.
이런 삭개오도, 예수님이 여리고성으로 지나가신다는 소문을 들었다. 자기 관할이어서 쉽게 만나리라고 생각했다. 웬 걸,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었다. 키가 작은 삭개오로서는 그림의 떡이었다. 깨금발을 내딛고 펄쩍펄쩍 뛰어보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에게는 사람들이 큰 벽이었다. 체면과 권위를 생명처럼 여기는 그도, ‘벽은 새로운 길’이란 것을 알았을까? 주변에 있는 돌 무화과나무위로 쪼르르 올라갔다. 체면이나 권위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오롯이 ‘예수님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분을 만나면 길이 있음을 알았다. 예수님은 삭개오의 마음을 읽으셨다. 걸음을 멈추고 나무에서 내려오라 하셨다. 예수님은 삭개오에게 온정을 베푸시고, 친구로 맞아주시며, 모든 죄를 용서해 주셨다.
신약성경에서 누가복음의 저자는 ‘누가’다. 저자가 삭개오를 부각시킨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예수그리스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분만이 하나님의 아들이요, 죄 사함의 권세가 있으며, 영생의 길이라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삭개오는 예수님을 제대로 만났다. 이로써 그는 죄 사함의 은혜를 입고, 영적 이스라엘자손이 되어 영생을 선물로 받았다.
삭개오의 높은 벽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벽이 무너진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데 있다. 내려놓지 않고서야 어찌 새로운 길을 기대하겠는가? 그 시로부터 삭개오는 새사람이 되어, 새 길로 들어서서,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이 되었다. 결국은, 벽이 새로운 길을 낸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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