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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강명관
작성일 2019-07-16 (화)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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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5      
다산의 일본론
다산의 일본론
강 명 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조선후기 문집을 읽다 보면 일본에 대한 언급을 이따금 접하게 된다. 허목(許穆)의 「흑치열전(黑齒列傳)」은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이덕무(李德懋)의 『청령국지(國志)』는 상당한 분량의 일본 연구서다. 이익(李瀷)은 「일본지세변급격조선론(日本地勢辨及擊朝鮮論)」「왜구시말(倭寇始末)」「일본사(日本史)」「왜환(倭患)」 등의 중요한 비평문을 『성호사설』에 남기고 있다. 정약용도 「일본론」이란 이름의 논문 2편을 남기고 있다.

일본이 문명화됐으니 조선 침략은 없을 것이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역시 다산의 「일본론」이다. 「일본론」의 요지는 일본의 침략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산은 어떤 논리로 일본의 침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던 것인가. 그는 일본의 유학자 이토 진사이(伊藤仁齋)·오규 소라이(荻生?來)·다자이 (太宰純)의 저작을 읽고 일본이 문명화되었으므로 조선을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이 16세기 말까지 중국의 연안지방을 침입하여 노략질을 그치지 않았던 것,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을 침략했던 것은 그들이 문명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산은 이토 진사이를 비롯한 빼어난 유학자를 배출할 정도로 일본이 유교에 의한 문명화를 경험했기에 임진왜란 이후 자신의 시대까지 2세기에 걸쳐 조선을 침략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장구한 평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요컨대 유교적 문명화는 전쟁을 억제한다는 것이 다산의 논리다.

 다산은 왜 뜬금없이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두고 논문을 썼던 것인가. 임진왜란의 종식 이후 다산의 시대까지 거의 2세기에 걸쳐 일본은 한반도에 대해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식인들은 이 장구한 예외적 평화의 원인이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침략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산의 「일본론」은 이런 의문에 대한 나름의 답인 셈이다. 하지만 다산의 판단이 썩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19세기 말 이래 일본이 한국에 그리고 중국에 한 패악(悖惡)을 떠올리면, 다산의 유교문명론은 현실에 대한 감각이 결여된, 물정 모르는 말로 들리는 것이다. 그보다는 일본은 조선의 배후에 있는 청(淸)이란 거대한 제국을 의식하기에 조선을 침공하지 못한다고 했던 성호(星湖)의 생각이 좀 더 현실적이다.

지금 일본은 비문명(非文明) 상태가 아닌가

 하지만 ‘유교’를 떼어내면 다산의 문명론이 작금의 일본의 행태를 해석하는 데 무용한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세기 한국인에게 일본은 극복의 대상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일본은 19세기 말 이래 한국이 배워서 극복해야 할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9년 현재도 그럴까. 우익 정당인 자민당의 장구한 일당 지배! 그래서 제대로 된 정권교체라는 것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자신이 저질렀던 전쟁 범죄를 한사코 부인하는 나라, 평화헌법을 걷어차 버리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정치세력을 비판하거나 제지할 강력한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무엇이라 불러야 될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의 일본은 한국이 배워야 할 문명의 상태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산은 일본이 유교에 의한 문명화를 경험했기에 조선을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지만, 나는 오늘날 일본이 비문명(非文明)의 상태에 있기에 한국과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에 남북 갈등이 종식되고 평화가 찾아올 조짐이 보인다. 이 상황을 견딜 수 없는 일본은 작금 무역보복을 통해 한국과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참이다. 이 갈등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일본의 가련하기 짝이 없는 비문명성(非文明性)을 통찰하고 의연하고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시민의 촛불 혁명을 통해 민주화를 이룩한 문명한 사람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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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강 명 관  
·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 한국 철학

· 저서
〈신태영의 이혼 소송 1704~1713〉, 휴머니스트, 2016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 휴머니스트, 2015
〈이 외로운 사람들아〉, 천년의상상, 2015
〈홍대용과 1766년〉, 한국고전번역원, 2014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천년의상상, 2014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휴머니스트, 2012
〈조선풍속사 1,2,3〉, 푸른역사, 2010
〈열녀의 탄생〉, 돌베개, 2009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푸른역사, 2007
〈옛글에 빗대어 세상을 말하다〉, 길, 2006
〈조선의 뒷골목 풍경〉, 푸른역사, 2003
〈조선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푸른역사, 2001
〈조선시대 문학예술의 생성공간〉, 소명출판, 1999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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