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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진숙
작성일 2019-07-06 (토) 05:53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9      
쓰러진 사과나무
쓰러진 사과나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공든탑이 무너지랴!’ 했는데, 십년 넘게 한 울안에 같이 살면서 봄이면 야들야들 솜털 같은 모습을 보이며 온통 하얀색 꽃을 피워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고, 또 수많은 벌들에게 먹이도 나누어 주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하얀 꽃잎들이 어느새 상큼한 초록의 열매를 달기 시작했다. 그러다 가을이 되면 발그레 물이 들어 내 입속에 침이 고이게 만들어 우리의 눈까지 즐겁게 해주며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던 녀석이 엊그제 세차게 내린 비바람에 그만 맥없이 길게 누워 버렸다.

자리도 같이 키워야 하는데 미련둥이 같이 몸피만 한없이 키우더니 그런 변을 당한 것이다. 미련한 것은 몸피만이 아니다. 욕심껏 파란 열매를 달고 있더니 그만 제 무게를 감당 못한 것이리라.

녀석이 넘어진 자리를 보니 십년 넘는 세월 동안 무엇을 했을까, 턱없이 못난 뿌리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더 슬프게 했다. 오래 전 남편과 함께 해외여행을 했던 곳에서 담장 밖으로 하얀 꽃이 너울너울 춤추는 것을 보고 우리도 집을 짓게 되면 꼭 저런 나무를 심자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나무가 바로 사과나무였다.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으면 봄이면 사과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담 너머로 향기를 퍼트려 오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고, 가을이면 빨갛게 익은 사과를 따서 우리 집에 오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든 하나씩 손에 들려주고 싶었다.

집을 지을 터만 닦았을 뿐인데, 봄이면 남부시장 중앙시장 또 삼례 5일장의 나무시장마다 돌아다니며 똑 같은 사과나무 묘목 두 그루를 사다가 앞으로 집을 지을 땅 맨 끄트머리에 한 그루 또 다른 쪽에도 한 그루를 심었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둘이 서로 시샘이나 하듯 잘 자라 주었다. 집을 다 짓고 난 뒤에 한 그루는 대문 밖에 있는 텃밭 가장자리로 옮겨 심고, 또 한 그루는 좋은 자리를 찾아 주려고 몇 차례 옮겨 심다가 지금 연못가 화단 끄트머리에 심어 주었다. 특히 연못가에 심어 놓은 사과나무는 튼튼하게 잘 자라 주어서 해마다 키가 몰라보게 크더니 갈수록 꽃도 많이 피고 열매도 많이 달렸다. 특히 4월이면 붉은 꽃봉오리가 점점 커지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듯 하얀 꽃을 피워 온통 꽃 세상을 만들어 주었다. 넘쳐나게 핀 하얀 사과꽃에서는 달짝지근한 사과향이 퍼지는 듯 온 동네 벌들을 불러 모았다. 벌들의 유희가 끝날 즈음이면 봉긋하게 솟은 것이 수줍은 소녀의 젖꼭지만큼 도드라져 눈에 띄었다. 더불어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 마당을 만들 때 들여 놓았던 펑퍼짐한 바위가 제법 쉼터로 안성맞춤인 자리가 되었다. 가끔 마당에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한 잡초들을 뽑다가 다리가 아프면 그 바위에 앉아 쉬기도 하고, 밭에서 막 따온 방울토마토를 그와 나란히 앉아 먹으면서 땀을 훔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매달릴 힘이 없어 떨어지는 못난이에게 사정없이 뒤통수를 쥐어 박히기도 했다.

어느 해 가을에는 사과가 크진 않지만 제법 맛있게 잘 익어 여럿이 나눠 먹고도 남아 사과식초를 담기도 했었다. 나도 처음으로 담아 본 사과식초였는데 사과향이 나면서 식초의 새콤함과 상큼함이 어우러졌다. 그 식초는 내가 아끼는 양념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고 매년 많은 열매를 맺진 않았다. 해갈이를 하듯 스스로 열매 맺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 생각 없는 사람보다 나았다. 텃밭 가장자리에 심어 놓은 사과나무도 뒤질세라 열심히 자라서 집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마다 탐스럽게 사과를 매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던 나무가 장맛비 하루 만에 그만 뿌리채 넘어지고, 또 한 그루는 가지가 찢겨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뿌리채 뽑혀 길게 누워있는 사과나무였다. 둘이만 살고 있는 우리 집에 그렇게 크고 무거운 나무를 일으켜 세울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넘어진 지 며칠이 자나도록 그 자리에 그냥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 나무를 볼 때마다 안타깝고 불쌍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아직도 자신이 살아있는 줄 아는지 나뭇잎 하나도 말라서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달려있다. 그 모습을 보는 우리는 더 속이 상하다. 속절없이 그 자리에서 마르기만 기다릴 수밖에…. 마치 연고자가 없이 혼자 쓸쓸하게 생을 마친 노숙자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된 것 같다.

세상에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생을 마감할 때는 무엇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집 사과나무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느닷없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것도 본인은 아직도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는 것처럼 푸르름을 지키고 있으니….

식물들도 세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 텐데 우리의 잘못으로 뿌리채 뽑힌 사과나무에게 다음 생에는 부디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만수무강하길 빈다.

                                                                              (2019.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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