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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길남
작성일 2019-07-01 (월) 07:06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60      
우정이 무엇이기에
우정(友情)이 무엇이기에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누군가 우정이란 산길과 같은 것이라 했다. 산길은 사람이 다니지 않으면 없어진다. 나뭇가지가 뻗고 풀이 나서 보이지도 않는다. 우정도 서로 오고가고 해야 지속되지 그렇지 않으면 멀어지니 맞는 말이다. 내가 직장에 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벗으로 사귀었다. 그런데 전근을 가고 나면 소식이 끊겨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어가니 보고 싶은 벗도 많은데 연락할 길이 없다. 그렇지만 어렸을 적 친구는 오고가자 않아도 우정이 변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동기로 한 달이면 몇 번씩 전화하는 벗이 있다. 고향을 지키고 사는데 농사는 남에게 맡기고 편하게 잘 살고 있다. 지금은 마을에서나 지역에서 어른 노릇하며 태평하게 지낸다. 해마다 복날이면 다른 친구들 몇과 같이 초대하여 삼계탕을 맛보고 오기도 한다. 내가 먼저 전화를 해야 하는데 마음만 있지 늦어서 뒷북만 친다. 그 친구와 같이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일 년에 두 번씩 모임을 갖는다. 82세 이상의 나이인데도 남녀 7명씩 14명이 모인다. 대전에서 오는 여자 친구도 있다. 할배 냄새 나는 만남이지만 신선하다.

올 봄에도 모임을 가졌다. 올해는 특별히 봉고차 한 대를 불렀다. 회를 먹으러 목포에 가려다 서해안으로 방향을 바꿨다. 대전에 사는 친구가 연락이 잘 못되어 왔다 갔다 하다 시간만 보내고 비응도로 갔다. 총무를 맡은 여자 친구가 솜씨를 내어 송편을 빚고 전을 부쳐왔다. 공원에서 쉬면서 소주 한 잔씩 들며 맛있게 먹었다. 이제 그만 해오라 해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어이 해온단다. 베품과 봉사가 몸에 배었다. 서해안 방조제를 달려 중간 휴게소에서 너른 바다를 구경하고 장자도에 도착했다. 차를 멈추고 섬 구경을 했다. 옛날에는 배를 타야 올 수 있었으나 지금은 연육교가 놓여서 차가 드나든다. 다시 바닷가 길을 달려 곰소항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라 젓갈정식을 먹었다. 9가지 젓갈이 골고루 나왔다. 참 맛이 좋았다. 유천도자기박물관을 구경하고 호벌치고개에서 쉬었다. 오래 놀지 못하고 헤어지는 아쉬움이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게다. 만나면 즐겁고 반가웠다. 옛날이야기도 하고 학교 다니며 부르던 노래도 불렀다. 기억도 좋아 그 옛날 노래도 모두 같이 불렀다. 고향을 떠난 친구들도 생각하며 못 만나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고향을 떠난 친구들은 고향이 그립지도 않은가 보다. 떠난 고향을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것 같다. 100여 명이 졸업했는데 졸업한 뒤에 한 번도 보지 못한 친구가 많다. 생각하면 참 무심한 사람들이다. 그렇게도 보고 싶지 않은지 안타깝다.  

초등학교 친구 가운데 이런 사람도 있었다. 그 때는 모두 환갑잔치를 않는 때인데 초대장이 왔다. 아마 평일이라 여겨진다. 장소도 멀어서 3km를 걸어가야 하는 곳이다. 누가 가고 싶겠는가? 아무도 참석한 사람이 없었다. 그 뒤에 그 친구는 틀어져서 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우정이라는 면에서 보면 축하하러 가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 자가용이 귀하던 때라 가기가 어려웠지만 찾아가 축하하는 것이 옳았다. 또 한편으로는 잔치도 그 시대에 맞게 해야지 동떨어진 생각으로 하면 사회에 폐가 된다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은 언제나 보편타당한 행위를 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 친구는 오고가지 않으니 산길이 막혀 버렸다. 그런데 막힌 길을 뚫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


 오래도록 산길이 막히지 않게 하려면 모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일 년에 몇 번이라도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계(契)라는 모임이 있었다. 지금도 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도 계모임이 15개나 있었는데 선배들이 먼저 떠나고 나니 많이 없어졌다. 고향에서 하던 계가 모두 사라졌다. 직장에서 뜻있는 사람끼리 맺은 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등산모임도 건강을 휘한 일이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모임은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이어가자고 한다. 참 좋은 모임들이다.

80대 중반을 넘기고 보니 어떤 벗이 오래 기억에 남는가 생각하게 된다. 아무래도 성격이 묵직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너무 가볍게 나붓거리고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은 기피대상이 되기 쉽다. 다음은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이다. 남은 싫어해도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은 오래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변화가 없이 꾸준한 성격의 인물이다. 조그만 이해관계에 변하고 조금 잘 못해도 토라지는 사람은 오래 사귈 사람이 못 된다. 지금까지 이런 사람을 몇이나 만났을까 셈해보니 여럿이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거꾸로 나를 기억에 남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니 난감하다.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인생을 잘 못 산 것 같아 고개가 숙여진다.  

초등학교 동창들은 산길이 막혔어도 보고 싶다. 조용히 혼자 있으면 생각이 난다. 특히 학교에 오고갈 때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그렇다. 나를 괴롭혔어도 보고 싶고, 으르렁거렸어도 생각이 난다. 전국에 흩어져 살더라도 한 번 모여 회포를 풀고 싶다. 경비를 내가 모두 부담하더라도 모일 수만 있다면 추진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늘나라로 간 사람이 많은데 살아 있을 때 만나고 싶다.

이웃사촌이라 했다. 마음속의 친구도 귀하지만 가까이 있는 벗들과도 서로 돕고 우애하며 정답게 지내야겠다. 차 한 잔이라도 사며 정을 나누고 어려운 일 도와가며 살아가야겠다. 남은 날이 끝날 때까지….

                                       (2019.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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