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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한성덕
작성일 2019-06-11 (화) 07:09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5      
냄새로 아는 세상
냄새로 아는 세상

                                         -영화, '기생충'을 감상하고-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기생충’하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사건(?)이 떠오른다. 한 끼 굶고 먹으라며 학교에서 회충약을 나눠주었다. 그 약을 먹고 학교에 갔다. 항문에서 무엇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옷을 내리고 보았더니, 항문에 지렁이만한 회충이 매달려 꼼지락거리는 게 아닌가? 까무러칠 뻔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름끼쳤던 체험이다.

 일주일 전이었다. 마음이 넉넉한 후배 목회자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수저를 놓기가 바쁘게 서둘렀다. 아중저수지 근처여서 수변을 산책하자는 줄 알고 냉큼 일어났다. 선배님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며 미소를 머금은 채, ‘기생충’이 어떠냐고 묻는 게 아닌가? 영화제목과 초등학교 시절 소름끼쳤던 사건이 맞물려, 이미 내 안에 들어온 터라 흔쾌히 응낙했다.

 그렇잖아도 5월 25일의 낭보로, 누구와 함께 영화 ‘기생충’을 볼까 연구 중이었다. 아름다운 부부와 식사하고, 나란히 앉아 팝콘에 콜라를 마시며 영화를 감상하니 기쁨이 컸다. 정이 농익는 느낌과 함께 행복이 배가되는 기분이었다. 그 날의 기쁜 만남이 여러 날 동안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프랑스의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날아든 소식이다. 그것도,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를 비롯한 9명의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한국영화사상 100년만의 영광이자 선물이요, 우리나라 영화인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린 쾌거다.

 영화인들은 프랑스의 칸, 독일의 베를린, 이탈리아의 베니스를 세계 3대 영화제로 꼽는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지 7년 만에, 봉준호 감독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제 베를린영화제만 석권하면 세계 3대영화제를 모두 점령하는 셈이다.

 봉준호 감독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 ‘괴물’(2006년)은 ‘천만감독’으로 등극하게 만든 작품이요, ‘기생충’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서게 한 명작이다. 그의 섬세한 연출과 꼼꼼한 사전작업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감독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세상은 가난한 자와 부자가 늘 공존한다. 일반역사나 성경역사에서도 그렇다. 영화에서처럼 곰팡이 핀 반 지하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과, 대저택에서 호화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이들이 있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지질이도 가난한 가족의 가장으로 배우 송강호가 등장한다. 고개를 들어야 창문이 보이는 반 지하의 셋방살이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넘볼 수 없는 대저택을, 치졸하고 비열하리만큼 능숙한 솜씨로 온 가족이 대저택으로 들어간다. 아들은 명문대학의 재학증명서를 위조해 부잣집 과외선생이 되었어도 ‘거짓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당하게 행세하고, 백수인 아버지는 한 술 더 떠서 ‘자랑스럽다’며 격려한다. 제아무리 가난해도 그런 아들을 질타하는 게 보편화 된 사회적 현상인데, 윤리가 뭉개진 콩가루 집안이었다. 도대체 선과 악, 좋고 나쁨을, 어느 선까지 이해하고 줄을 그어야하는지 아리송하다는 표현마저도 부끄러웠다. 웃음을 선사하지만, 가시처럼 남아있는 씁쓸함이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에 들어왔다.


 결국은 반 지하 속의 애매모호한 냄새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행주, 변기, 무말랭이, 지하철 공간에서 풍기는 사람들의 냄새, 부자에게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나 날듯 말듯 풍기는 냄새에 부자가족은 킁킁거린다.

 영화는 막을 내렸다. 양극화 현상을 극렬하게 묘사한 이 영화는, 그 어느 영화보다도 빈부격차를 깊숙하게 파고들었다는 호평 속에 세계가 공감하는 영화라며 극찬했다.

 나는 미물의 기생충에 놀라 까무러칠 뻔했지만, 퀴퀴한 냄새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부자의 등살에 까무러치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냄새로 사람을 알아보는 시대를 예언하나 싶어서 먹먹하고 찝찝했다. 내게서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인간은 그 어떤 형태로든지 ‘기생충’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2019.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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