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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백남인
작성일 2019-06-09 (일) 05:38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29      
백수도 바쁘다
백수도 바쁘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백 남 인











 나는 백수중의 백수다. 소득이라곤 100원도 올리지 못하면서 지출만 하고 있다.  내 한 주일의 일정을 보면 소득과는 거리가 먼 일들로 짜여있다. 취미활동과 봉사활동 프로그램으로만 편성되어 있다. 내가 바로 백수이기 때문이다.



 백수(白手)란 일거리가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소득 없이 시간만 보내는 나 같은 사람을 일컫는다.

 “여보게, 친구,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응,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고…. 그렇게 지내지.”

 “밥은 잘 먹고?”

 “그럼, 밥이야 잘 먹지.”

 “그럼, 됐네.”

 백수들끼리 만나서 나누는 인사다.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노년을 퍽이나 한가하게 보내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신선처럼 느껴진다. 백수중에는 이처럼 인생을 달관한 백수도 있다. 그런가하면 내 주변의 노부부들 중에는 나이 들어서도 힘든 일을 계속하는 분들도 많다.

 “자네 요즘 어떻게 지내?”

 “요즘 죽을 지경이네. 친손자, 외손녀 맡아서 키우느라 정신이 없다네.”

 “자네도 그런가? 우리 집도 난리라네. 손자손녀 때문에 집이 꼴이 아니야. 그 뿐인가? 가야할 곳은 왜 그리도 많은지!”

 이 분들은 늘그막에 손자들 때문에 허리가 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아들며느리가 일터에 나가니 어쩔 도리가 없다. 탁아시설에 아이를 맡겨도 되겠지만 안심이 되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으므로 손자손녀를 맡아 기르는 노인들이 많은 것이다. 이들은 늘그막에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아들과 며느리는 수고하시는 자기 부모님께 충분한 보답을 해드릴 것이다.

 신체가 건강하시다면 이런 분들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손자손녀들을 잘 기르는 것이야말로 집안을 위하여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신체가 건강한 많은 노인들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여 보수를 받아 의식주 생활에 보태거나 용돈으로 쓰기도 하며 남을 돕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나는 신체적으로 건강 체질이 못되어 중노동에 가까운 일은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나의 능력에 맞는 취미거리를 골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것이 내 노년을 보람있게 보내는 것이라고 보고 그것들을 익히기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것들은 기능적인 활동을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들이다.


 그 동안에는 배우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시간을 얻지 못하여 손을 대지 못했었다. 악기연주와 탁구, 서예, 컴퓨터조작 같은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익히는 데는 시간이 여유로워야 한다. 마음이 바빠서는 곧 그만두게 된다. 나 같은 백수들에게나 딱 맞는 일이다.    

 한 가지를 깊이 파고들어 대가가 되느냐, 아니면 여러 가지를 골고루 도전하여 조금씩 맛을 보느냐, 생각 끝에 몇 가지를 익혀 여러 가지 맛을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기초를 익히는데 시간을 쓰고 있다. 수많은 악기를 모두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질도 없거니와 기능을 익히기란 여간 어려울 것 같지가 않았다.

 전부터 조금씩 즐겼던 하모니카와 구조가 비슷한 아코디언을 익혀보려고 그 악기를 구입했다. 그러나 그게 그리 쉬운 악기가 아니었다. 교사시절에 쉽게 접했던 올갠연주와도 달랐다. 리드악기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연주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건반을 보지 않고 연주해야 하므로 엉뚱한 건반을 짚었을 때의 불쾌한 소음은 흥미를 급감시킨다.  

 언젠가 한 번은 배워보고 싶었던 것이었으므로 괴로움을 감내하며 조금씩 익혀가지만, 언제 멋진 연주를 할 지 조급한 마음이 앞설 때가 많다.

 백수가 된 노년에 얼마든지 배울 것 같지만, 그렇게 욕심대로 배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악기의 무게도 만만치 않고, 바람통을 여닫는 데도 힘들어 30분 이상 계속할 땐 어깨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다. 배우는 괴로움이야 따르지만, 언젠가는 멋진 연주를  한 번 해보리라는 마음으로 짬짬이 익혀가고 있다.

 인생을 달관하여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같은 또래의 나이에 육아나 일을 하며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재능기부 모임에 들어 봉사단원으로서, 악보도 완전히 암기하지 못하고 연주기능도 능숙하게 발휘하지 못하지만, 한가한 백수가 아니라 바쁜 백수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 배우지 못한 악기와 붓글씨, 스마트폰 조작 같은 것도 더 익히고 싶다. 할 일 없는 백수가 아닌, 할 일이 너무 많은 백수, 배우는 열정,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 있는 나의 하루하루는 몹씨도 바쁘기만 하다.

                                                    (2019,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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