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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한성덕
작성일 2019-06-08 (토) 17:32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31      
다뉴브강의 추억
다뉴브강의 추억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무주군 적상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학년 때와 달리 2학년 담임선생님은 풍금을 다루지 못해 음악시간은 늘 합반이었다. 두 의자에 서너 명씩 앉아 재잘거렸으니, 떠드는 것과 낡은 의자의 뻐걱대는 소리가 천정을 때렸다.

 그토록 시끌벅적해도 2학년 1반 백성식 선생님은 화를 내신 적이 없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눈을 감으라.’고 두어 번 하시면 끝이었다. 천상의 풍금소리로 아름다운 음률을 담아냈던 분이다. 아이들은 어느새 연주에 빨려들고, 잔잔한 선율은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홉 살의 어린마 음에도 싸한 느낌이 강했다.  

 딱 한 분 계시는 서울의 외삼촌에게 두 딸이 있었다. 초등학교 5,6학년 때는, 방학만 되면 고등학생 누님이 여동생과 함께 무주 우리 집을 찾았다. 두 살 터울의 다섯 형제인 우리에게 누나와 동생은 우상 같은 존재였다. 누님은 시골에 있는 내내 여러 가지 노래를 불렀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2학년 음악시간에 들었던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오싹하고 소름이 끼쳤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누나가 불렀던 노래는 지금도 생생하다.

 “꽃들은 피어서 만발이 되고요, 나비는 좋아서 춤을 춥니다. 울지를 마세요. 울지를 마세요. 정드신 어머니 서러워하실라.”

 누나는 슬픔을 머금은 채 이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잊었던 노래를 다시 듣는 기쁨은 잠깐이요, 가슴을 파고든 애잔함은 오래오래 지속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었다. 비로소 그 노래가 ‘다뉴브강의 잔물결’이라는 사실을 알고, 또 한 번 화들짝 놀랐다. 누나가 불렀던 가사와는 다르지만, 엄마를 잃은 슬픔 때문에 누님이 가사를 붙인 것으로 생각했다.

 누나가 울먹이며 종종 한 말이다. 새 엄마가 남동생 넷을 낳더니 자기와 여동생을 무척 구박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의심을 가졌지만 외삼촌댁에 가보면 틀림없는 구박이었다. 우리 어머니도 그것을 몹시 가슴아파 하셨다. 그래서 누나는, 한 분뿐인 고모네 집에서 사춘기 시절의 마음을 달랬던가 보다.  

다뉴브(Danube)강을 독일에서는 도나우(Donau)강이라고 부른다. 독일 남서부 ‘슈바르츠발트’ 산지에서 발원하여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를 지나 흑해에 이른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으로서 2,860km를 자랑한다. 루마니아의 왕국 초대군악대 총감을 지낸 ‘이바노비치’가, 1880년 다뉴브강의 잔잔한 물결에서 평화를 느꼈는지 왈츠 곡으로 만들었다.  

  이 노래의 구슬픈 운율에, 대중가수 윤심덕 씨는 ‘사의 찬미’라는 가사를 넣어 노래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죽음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현해탄에서 몸을 던지고야 말았다.

 며칠 전(5월 30일, 오전 4시30분)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대형 참사라는 슬픈 소식이 날아들었다. 수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밤은 유럽의 3대 야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이를 즐기려는 한국인 관광객 33명이 ‘허블레아니(헝가리어; 인어)’ 유람선에 탑승했다.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1시간가량의 관광을 마치고 정박할 참이었다. 그 순간 135m의 대형 크루즈(바이킹 시긴)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면서, 27m의 유람선 뒷부분을 들이받자 졸지에 그 유람선은 갈아 앉고 말았다.


 100년 만에 일어난 다뉴브강의 사고라지만,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극한 슬픔 속에 빠졌다. 5년 전(2014년 4월 16일)의 망령이 되살아 난건가? 아직도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거대한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데 또 유람선 사고가 났으니 퍽 걱정스럽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그 노래를 풍금으로, 5,6학년 때는 누나의 육성으로 들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다뉴브강의 잔물결’임을 알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의 찬미’ 가사를 넣어 부른 대중가요임을 알았다. 며칠 전에는 대형 유람선 사고가 터졌다. 잔잔하던 ‘다뉴브강의 잔물결’은, 큰 물결을 넘어 거센 물결이 되었다. 아니, 사람을 삼켜버렸으니 미친 물결이 아닌가?

 눈물은 결코 슬픔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망이 있음은 이 땅의 존재가 아니라 사람에게 영혼이 있다는 증거다. 안타깝게 떠난 분들과 유족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하나님의 위로와 만져주심을 기도할 뿐이다.

 어렸을 때 노래로 알게 된 ‘다뉴브강’은 나와는 끈질긴 인연이다. 그 아름다운 인연이, 누님의 애조 띤 노래로 악연(?)이 된 듯해서 씁쓸하고 뒤숭숭하다. 묘한 것은, 국가적 슬픔이 스멀거리는데도 그 노래가 귓속을 울리면 내 입은 나도 ㅜ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나 스스로도 그런 행태가 얄밉기 그지없다. 그래서 희로애락의 추억은, 이처럼 깊이 박혀있어 영영 지워지지 않는가 보다.    

 



                                                 (2019.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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