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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전용창
작성일 2019-04-12 (금) 06:16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2      
목련꽃 회상
목련꽃 회상

꽃밭정이 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목요야간반 전 용 창











 올해도 어김없이 산수유 꽃이 피었다. 그런데도 나는 먼발치에서만 바라다 보았다. '봄이 다시 찾아왔구나!'라며 며칠 동안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 꽃이 오늘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가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지난해에는 비탈진 언덕 위로 올라와서는 꽃 한 송이 한 송이를 만져 주며 사랑해 주었는데 벌써 마음이 변했냐고 묻는 것 같았다. 자신은 영원히 변치 않기에 ‘영원불변’이란 꽃말을 지녔다고 자랑도 했다. 하기야 지난해에는 우산 모양의 꽃송이에 달린 작은 꽃들을 일일이 세어보며 모두가 32~33개이니 33세의 젊은 나이로 생애를 마감한 「진달래꽃」, 「산유화」를 남긴 ‘김소월’ 시인을 떠오르게 한다고 했지. 더구나 예수님도 33세 돌아가셨으니 자기를 볼 때마다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할 것 같다고 했었다. 사랑에 빛깔이 있다면 그대처럼 노란색일 거라고 칭찬도 해주었었지.



산수유, 너를 어찌 미워하겠는가? 단지 네 뒤에 숨어있는 목련나무를 보고 있을 뿐이다. 양지바른 곳에 있는 목련나무는 벌써 꽃이 만개했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 벽면에 서 있는 목련나무는 북서쪽이라서 그런지 이제 겨우 꽃망울을 만들고 있다. 그곳은 찬바람이 지나가니 봄이 늦게 오는가 보다.

내가 목련을 바라보는 것은 동생과의 추억 때문이다. 나는 동생이 결혼할 때까지 새로 지은 양옥집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마당이 길어서 현관에서 대문까지는 20여 미터나 되었다. 긴 마당 중간에 목련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해도 목련은 지금처럼 꽃망울을 맺고 있었다. 나는 신혼 초였고 동생은 군대를 제대하고 막 돌아온 때였다. 어머니와 남동생 둘에 여동생, 첫딸 희정이와 아내 그리고 나, 우리는 그곳에서 대가족 7식구가 살았다. 어느 날 동생과 나는 싸리비로 마당 청소를 하고 막내동생은 화단에 물을 주며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가곡 「목련화」를 불렀다. ‘오~내 사랑 목련화~야 /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동생은 목련꽃의 우윳빛이 어머니 젖 색깔과 같다 하였고, 나는 어떻게 알았냐며 정말 그렇다고 공감했다.




새집은 동생이 결혼하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차릴 신혼집이었다. 처음부터 건축주도, 등기도 동생 명의로 했었다. 그러니 동생은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하룻밤을 함께 자기라도 하면 침이 마르도록 칭찬과 자랑을 했다. 체육과 출신의 황소 같은 친구들이 왔다 가면 냉장고가 바닥이 났다. 그런데도 어머니와 아내는 언짢은 내색 한 번 안 했다. 어머니는 첫 손녀딸을 바라보며 감사의 기도와 찬송을 하셨다. 손녀가 어찌 그리 예쁜지 모르겠다며 마냥 즐거워하셨다. 동생들은 형수님이 해주시는 밥과 반찬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며 칭찬을 하니, 아내는 피곤한 줄도 몰랐다. 여동생은 언니를 돕기고 하고 집안에 잔심부름은 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때였던 것 같다.



한참 집을 짓고 있을 때 동생은 갑자기 휴가를 나왔다. 그리고는 공사비가 많이 들어갈 텐데 어떻게 하느냐며 이백만 원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 당시 28평 주택의 전체 공사비가 일천 이백만 원 정도 임을 고려하면 동생이 가져온 돈은 큰돈이었다. 방바닥에 내놓는 돈 봉투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초급장교 신분에 그 많은 돈을 모으려고 전우들과 매점에도 가지 않고 외출도 참았을 거라 생각하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자신의 집을 지으니 기쁜 마음으로 저축을 했다고 하지만 세상을 다 갖고 싶은 젊은 나이에 절약하며 군대생활을 한 날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니 너무도 소중하고 귀한 선물이었다. 그날 밤 어머니와 나는 돈 봉투를 앞에 두고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다감한 동생한테서 지난주 늦은 밤에 전화가 왔다. 동생의 목소리는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고 수심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형님, 늦은 시간인데 전화해도 괜찮아요?"  

 "그럼, 괜찮아."

 "형님, 제가 요즈음 체중이 많이 줄어서 오늘 병원에 가서 위와 장 내시경검사를 예약하고 왔어요."

 "동생, 어디가 많이 안 좋아? 위염이나 장염이겠지, 무슨 일 있겠어? 염려하지 마. 나도 동생을 위하여 기도할게."



동생과 통화를 마치고 난 뒤 쉽사리 잠이 오질 않았다. 내가 군대생활을 마치고 대학교 3학년에 복학한 그해 겨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동생은 더 어린 나이였다. 그 뒤로 동생들은 형인 나를 많이 의지했다. 몸이 안 좋으니 형과 통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낙천적인 동생이 침울하니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쉽사리 잠이 오질 않았다.    

지금은 새로 지었던 그 집에 다른 사람이 살고 있겠지만 오늘아침 목련 꽃망울을 바라보니 지난날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목련꽃이 탐스럽게 피면 동생의 건강검진도 결과가 나오겠지. 별 이상 없기를 빌었다. 어머니의 젖만 먹고도 무럭무럭 잘 자랐는데…. 행복했던 지난날을 그리워하며 올봄에는 어머니 산소에 목련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2019.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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