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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경여
작성일 2019-04-09 (화) 16:28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9      
아버지의 눈물
아버지의 눈물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경여








 4남4녀를 두신 우리 아버지께선 복덕방이란 직업을 가지고 한 건씩 성공하면 고구마 한 가마, 연탄 100장, 쌀 한 가마를 받았다. 강산이 변해도 아버지의 기본 메뉴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 식구 10명의 한 달 식량이다. 아버지의 필수적인 의무이자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난 우리 집 대가족의 장녀다 보니 유난히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딸은 똥글뱅이 다섯 개’ 나 받아왔다고 자랑하셨다. 초등학교 시절 최고의 점수는 선생님께서 펜촉이나 붉은 색연필로 동그라미 다섯 개를 그려주셨기 때문이다. 노트에 그려진 다섯 개의 동그라미는 아버지의 자랑거리이자 유일한 기쁨이셨다. 하지만 아버지께선 남녀차별이 몹시 심하셨다. 딸은 남의 집으로 가버리니 쓸데없는 것들이라고 하셨다.


다섯 살 아래인 남동생은 몸보신을 해야 한다며 6년근 인삼과 에비오제, 원기소를 먹이셨다. 난 질투심이 폭발해 이 영양제들을 살금살금 쥐 소금 먹듯 몰래 꺼내먹기 시작했다. ‘내가 이 집의 장녀인데' 하며 말이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이 낌새를 눈치 챈 아버지께선 크게 나무라지는 않고 장소를 계속 이동하며 숨기셨다. 난 숨겨놓은 장소를 집요하게 찾아내어 계속 먹어치웠다. 아버지와 난 감추고 찾아내는 전쟁을 계속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아버지의 폭력을 목격했다. 나이 차이가 10년 연하인 어머니께 손찌검하는 것을 본 것이다. 아니 저 솥뚜껑처럼 큰 손으로 가냘픈 어머니의 뺨을 때리다니, 난  눈앞이 캄캄해졌다.

“당신이 뭔데 우리 엄마를 때려?”

나는 울며불며 대들었다.

“저런 썩은 가시내, 뭐 당신?”

“애비가 당신이냐?”

머리채를 잡히고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


 다음날 옷가지를 몰래 챙겨가지고 서울로 갔다. 소개소를 거쳐 다방에 취직을 했다. 돈 한 푼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침식을 제공해 준다기에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집엔 일절 연락을 끓고 한 달 남짓 일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수소문을 했는지 아버지께서 찾아오셨다. 많이 수척해지신 얼굴을 보니 코끝이 시렸다. 눈물이 그렁그렁 곧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아빠가 잘못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난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때를 썼다.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다방주인께 얘기하고 경비를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꾸 눈물을 훔치는 아버지를 보니 미움보다는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부부의 문제는 부부만 아는 걸 이유도 모르면서 경솔한 행동으로 아버지를 슬프게 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버지는 내 손을 감싸며 아버지를 이해하라고 하셨다. 용서가 아니라 이해하라는 그 말씀이 가슴에 포근히 안겨왔다. 그곳이 무엇하는 곳인지 알고나 일을 했느냐며 눈물을 훔치셨다.

“뭐가 어때서? 손님들한테 차 심부름만 해 줬는데!”

“아이고 이것아, 네가 아직 어리고 촌뜨기라서 교육시키느라 그랬지, 여자가 일할 곳이 아녀. 이 철없는 것아!”

그땐 몰랐었다. 철이 들어서야 아버지의 그 말씀이 옳음을 알았다.




부녀의 상봉을 보신 어머니께선 맨발로 뛰어나오시며 ‘이 철없는 것아, 집을 나가다니!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고!’
 “그러니까 왜 맞아?”

어머나는 한참동안 나를 껴안고 우셨다.


자식에게 용서를 빈다는 것,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일을 해내셨다. 그 때 날 찾아주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세월은 유수같아 두 분 모두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그 어려웠던 시절 10명의 가족들을 책임지신 아버지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이제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부모가 되어보니 아버지의 사랑이 가을하늘처럼 높고 푸르게만 보인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2019.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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