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두리(龍頭里)의 이용근(李龍根)씨
구례읍내에서 하동을 향해 동쪽으로 섬진강을 따라 4킬로쯤 가면 '배틀재'(舟峙)라는 언덕길이 나온다.
이 배틀재 왼쪽에 새로 생긴 주유소가 있고 오른쪽 시멘트 포장길로 내려가는 쪽이 '용머리'라 부르는 용두리이다. 마을 어귀에 고목나무가 있고 이 고목나무곁에 시골답지 않게 「서울한약방」이라는 간판이 서 있다. 이 동네는 크게 나누면 웃뜸(上村), 아랫뜸(下村), 예천(醴泉), 장여동의 넷으로 나눌 수 있으나 저마다 명당터를 찾아 집을 지은 탓으로 들과 등성이에 집이 분산되어 있다.
이곳을 용머리라 하는 것은 지리산 반야봉이 섬진강을 흘러 내려오다가 형제봉을 이루고 배틀재를 거쳐 뻗은 구릉이 마치 섬진강물을 마시는 용머리형국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곳 용두리 구능의 강변에는 1917년에 세운 용호정이란 정각이 있어서 선비들이 시회(詩會)를 자주 가졌고 강에서 잡은 생선을 회쳐먹는 장소로 이름나 있다. 용호정 동쪽동네를 '예천'이라 하는 것은 물맛 좋은 샘이 있어 강건너 오봉산의 봉황새가 목을 축이는 샘이란 뜻으로 지은 것이며 '정감록비결'에 보신지지 열곳중 '예천'땅이 그중 하나를 비결에 맞춰 지은 이름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4백여년전 서산유씨(柳氏)가 들어와 살기 시작했으나 풍수명당 바람이 불어오면서 갑작스럽게 외지사람들이 몰려 1890년 33호 91명이던 마을 인구가 광복직전 425명으로 늘었으며 가장 많이 살던 1971년에는 1백호 584사람이 살았다. 지금은 겨우 61호 226명이 살고 있지만 뒤늦게나마 이곳이 명당자리라고 찾아와 사는 주민이 있으므로 이 사람의 입을 통해 이 마을의 명지설을 알아 보기로 한다.
이곳이 바로 금환락지라고 믿고 30여년전인 1968년 이곳에 들어와 터를 잡은 이용근(李龍根?74)씨의 말이다.

<저는 16대조부님이 중종(中宗)때 영상을 지낸 동고(東皐?李浚慶 1499∼1572)이십니다. 그 할아버지 유서 때문에 이곳을 찾아왔지요.
서울에서 살다 1?4후퇴때 부산으로 갔다가 제주도에 갈 생각을 했지요. 저는 방장산이 제주 한라산인줄 알았으니까. 동고선조의 유서에 방장산을 찾아가라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주를 가려면 목포로 가라고 그래요. 그래서 목포로 옮겨 좀 있다가 방장산이 한라산이 아니라 지리산이란 것을 알고 여수로 옮겨 생활하다가 68년 이곳으로 왔습니다.
서울이 제 고향이지요. 아버지께서 3?1만세를 부르고 만주로 옮겼어요. 제가 열세살 때 수송공립보통학교 다니다 만주로 가서 대성중학교를 나오고 신경의대를 들어갔습니다. 아버지께서 돈을 잘 버셔서 저는 공부도 제대로 안하고 졸업을 마친뒤에 중국사람 왕치수란 사람한테서 침술을 배웠지요.
그래가지고 목단강에서 병원 채리고 있다가 해방되어 가지고 나와 서울에 살았지요.
저는 어렸을 적부터 지리학을 무척 좋아했지요. 저희 숙부님이 지리학의 명사였습니다. 그래서 큰산이라는 산은 거의 다 가보았습니다.
전라도 와서는 '방종표'라는 지사를 만나 돈을 많이 썼습니다. 논 한마지기에 2만원도 못할 적에 근 오백만원은 썼으니까 ?? ?? ??. 그래가지고 방종표 월강이란 사람을 소개받았어요. 그 사람?지금 사는 이 집자리(190-2번지)를 잡아 지었습니다. 그 양반은 산에 들어가 근 10년 공부한 분입니다. 산에서 '진처사'라는 도통한 분을 만나 37년 공들인 끝에 이 집자리를 구해 들어와 살았습니다. 방씨 얘기를 들으면 이 자리가 바로 '지리산 청학동 금환낙지'라는 것입니다. 그 집을 84년도에 제가 샀지요. 그 양반이 집을 지어 놓고 제사를 지내고 아침 저녁으로 주문을 외우고 해도 안되더라 그말이죠. 제가 여수에서 관상보는 안사민씨를 알고 지냈는데 월강을 잘알아서 소개를 받았지요. 월강의 주선으로 이 집 뒷집을 50만원 주고 사서 약방을 하는데 이분이 우리 할아버지 유서를 읽은 뒤 제게 자기집을 인계해 주었습니다. 유서 가운데 <월수공>(月水工)이란 대목이 있는데 월수공이란 결국 방월강(月江) 자기를 예견한것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월강이 살던 집을 2백만원에 사서 지금 살고 있습니다.
"37년 지리공부해서 잡은 자리를 결국 이미 점지해둔 주인한테 넘기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방씨 말로는 중국천지에도 이만큼 좋은 집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저 건너 오봉산을 이집에서 보면 숫캐가 암캐를 올라타고 있는 형국이지요. 월강이 하도 억울해 해서 그 양반 손자딸을 우리 큰며느리 삼았습니다. 결국 그분은 제 사부님 노릇을 하시고 남원에서 사시다가 올해 유월 여든네살로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집터는 갑자년(1984)년)부터 운이 들어올 자리입니다. 이미 팔년째 접어들고 있어요.
청학동 금환낙지는 <청학동 무학도>를 보아도 여기가 틀림없어요. 몇 년전에 저 건너 구만리 이수해씨 담장에서 이 옥도장이 나와서 내가 샀는데 이 도장에 <三神靑鶴桃園興退指金環>(삼신청학도원흥퇴지금환)이라고 새겨 있었어요. 신미년(辛未年)에 무슨 일이 생길거라는 비결도 있어요. 의성 후인 김창희(金昌熙)라는 사람의 옥도장인데 이 사람은 5백여년전 사람으로 이 도장을 만들어 구만들에 묻어 두었던 것 같아요. 이 도장에 병술(丙戌) 신묘(辛卯)가 두 번 겹쳐 쓰여 있는데 이 도장을 발견한 날짜가 병술년(1946) 신묘달(2월) 병술일(9일) 신묘시(9시)였답니다. 이 도장글자를 풀어보면 바로 구례 토지면이 '청학도원'이란 뜻이지요.
<청학동 옥룡자결>(靑鶴洞 玉龍子訣)에도 이곳이 청학동이란 것이 분명히 나와 있습니다.
<동국삼동에 대세지보다>(東國三冬 待世之寶)
<적선지가에 입차종덕이라>(積善之家 入此種德)
<일왈청학하니 운장천년이라>(一曰靑鶴 運長千年)
<천수문창하고 지응흑서라>(天守文昌 地應黑鼠)
<오성취회하니 삼기강조라>(五星聚會 三奇降照)
<분명삼대하니 광개평탄이라>(分明三臺 廣開平坦)
<북수동고하고 남통백운이라>(北遂東高 南通白雲)
바로 이 대목이 이곳을 청학동으로 본 것입니다. 북쪽은 산이 깊고 동쪽은 시루산이 있어 높고 남쪽에 백운산이 있으니 바로 이곳을 이른 것입니다. 이미동 앞들에 삼대가 있다는 것도 이 비결 때문입니다.
<삼봉용출하니 임좌직혈이라>(三峰聳出 壬坐直穴)
바로 우리집을 이른 대목입니다.
<서저운박하니 갑자차길이라>(西低運博 甲坐次吉)
<백운삼봉이 병오정방이라>(白雲三峰 丙午丁方)
<최작명승하니 별천지야라>(最作名勝 別天地耶)
이처럼 딱 맞는 곳이 또 어디에 있습니까.
이 비결은 월강선생이 가지고 있던 것을 필사한 것입니다.
<청학동 무학결>(無學訣)에도 나와 있습니다.
「내가 방장산 청학동을 가서 3일을 자고 ?? ?? ??」로 시작되는 이 결록에 <청학이 좌우익하고 외작 용호회포라, 이입수구하고 명기다조응이라. 간간인인 본손 외손이 불가승수이 다출이라. 약비운해즉 기능여차재하요. 하시개역과 합삼이삼일 지라. 삼육이십팔하고 일지라. 수재차 종복자가 수해나. 정?김이 선유개기하고 후입삼십육성이 구입대창기회에 무비각성 대창지지라> 했습니다. 이 때문에 방씨가 우리집을 지었지만 김씨성을 가진 사람을 데려다가 개토제를 지냈답니다. 결록에 16년뒤에 이?오?윤이 들어온다고 했는데 집 지은지 16년만에 이가(李家)인 제가 이집을 차지했지요.
결록대로 한다면 계룡산에 정도령이 나타나서 왕이 되고 그 뒤에 이 집터에도 서광이 비칠것입니다.
이곳이 쌍학이 분명한 것은 동쪽 왕시루봉맥과 서쪽 용두맥이 이들판을 감싸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어요. 나가서 보시면 형제봉에서 용두로 내려온 산 모양이 학이 하늘에서 내려앉은 형국을 하고 있습니다. 이 쌍학이 금가락지 모양으로 들판을 둘러 있어요. 그래서 금환락지라고 합니다. 금가락지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곳에 들어서는 길목을 '환도구'(環道口)라 합니다. 우리집 자리가 바로 환둑 목이지요. <청학무학도>(靑鶴無學圖)를 보아도 압니다.>